맛 잇는 음식....

나폴레옹과 치킨 마렝고

dunia 2009. 11. 18. 16:08

역사를 맛보다] 나폴레옹과 치킨 마렝고

 

치킨 마렝고.

그에게 닭요리는 군인정신의 상징이었다

사람의 역사와 함께 음식의 역사도 시작됐다. 역사 속 인물이 사랑했던 요리, 혐오했던 요리, 그리고 그들을 움직였던 요리를 만나본다. 1편은 나폴레옹과 치킨 마렝고.

나폴레옹이란 이름은 21세기 요식업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마케팅 용어다. 국내에서는 제과점 이름으로 흔하고, 외국에서도 레스토랑, '굴 통조림', 후식의 이름으로 쓰인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는 정말 식도락가였을까. 그의 식습관을 다룬 책과 자료를 근거로 가상 인터뷰를 꾸며봤다.

-대체 '나폴레옹이 즐겼다'는 음식은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내가 말했잖나. '역사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 전설'이라고. 유럽을 호령한 나에겐 왠지 미식가가 어울리지 않겠나. 내가 음식에 관심이 없다는 건 꽤 알려지지 않았던가? '식사를 속히 마치고 싶을 경우에만 내 집에서 식사하시오'. 내가 남긴 말을 잊지 말라구."

-아, 황제의 사관학교 친구인 루이 앙투안느 포블레(Fauvelet)가 쓴 책(The Life Of Napoleon Bonaparte)에 '콩스탕스의 회상'이란 챕터 중 이런 대목이 있군요. 〈황제는 음식을 매우 빨리 먹었다. 저녁 식탁에 머무는 시간은 겨우 12분(a dozen minutes)쯤 됐다. 황제의 아침은 대부분 혼자였다. 그는 둥근 마호가니 식탁에 앉아 냅킨도 두르지 않고 식사를 마쳤다. 다른 끼보다 더 짧은 8~10분쯤 됐다…〉.원래 성격이 급한 편인가요?

"남들이 그러더군. '스물다섯에 유명해졌고, 마흔에 모든 것을 다 소유했고, 오십에는 이름 하나 이외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게 된' 나폴레옹이라고. '인간은 자기가 입은 제복대로 된다'는 나의 말 기억하나? 난 한때 황제였고, 평생 군인이었어. 황제가 된 후에도 난 스푼이나 포크 대신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일도 많았지."

 
폴 들라로슈 작‘퐁텐블로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845). 1814년 3월 말, 연합군이 파리로 입성했다는 소식을 들은 나폴레옹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미술관 소장./게티이미지 멀티비츠
-그래도 각설탕에 브랜디를 먹인 후 불을 붙여 커피에 넣어 마시는 '카페 로열'이라든지, 값비싼 보르도 와인도 즐기지 않았나요? 나폴레옹이란 파이도 유명하고.

"빵집마다 '나폴레옹 파이'란 걸 많이 팔더군. 내가 즐긴 파이의 이름은 정확하게 '밀푀유'(Mille Feuille: 1000개의 잎)야. '요리사의 요리사'로 불리는 마리 앙투안 카렘(Careme)이 만들어준 케이크지. 내가 좋아한 건 딸기 맛 밀푀유라네. 그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건너왔지. '나폴리의'란 불어식 표현은 'Neopolitain'이라네. 'Napoleon'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헷갈린 거겠지. 그리고 커피 얘기라면 내 친구의 책을 좀 다시 읽어봐 주겠나. 〈황제는 아침식사, 저녁식사 후 각각 커피 반 잔을 즐겼다. 때로 두 잔씩, 설탕도 넣지 않고, 혹은 찬 것을 마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잠들지 못했다. 조세핀이 주전자를 들고 직접 황제에게 반 잔만 따라 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카페 로열은 좀 마셔봤을 뿐이야. 와인이야 황제가 된 후 부르고뉴산 '샹베르탱(Chambertin)'만을 마시긴 했지만, 난 시시콜콜 와인 얘기나 하는 사람은 아니야. 부르고뉴 캠프의 장교들을 불러 식사했을 때, 내가 추천한 와인을 마시며 오즈로 원수(1757~1816)가 뭐라 했는지 아나?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난 호탕하게 웃어 줬지. 그런 쪼잔한 일에 분노할 수야 없잖은가. 황제가."

-'나폴레옹이 통조림의 아버지'란 말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내가 말했잖아. '군인은 위장으로 진군한다(An army marches on its stomach)'고. 한국속담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잖나. 나를 무자비한 장군이라고들 욕하지만 난 군인들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었네. 1만2000프랑을 걸고 1800년 공모를 시작해 1810년 수상작이 나왔어. 그게 바로 니콜라 아페르(Appert·1750~1841)의 병조림이오. 너무 무거운데다 잘 깨져, 나중에 깡통으로 대체되긴 했지만."

-황제가 닭고기 요리를 좋아했다, 아니다 젊어서 너무 먹은 나머지 황제가 된 후엔 먹지 않았다 논란이 많은데요.

"렌틸콩, 로스트 치킨, 양고기 등을 먹었지. 아주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것들이야. 일본 번역가 요네하라 마리가 쓴 글을 보니 "고향 코르시카에서 닭을 너무 많이 먹었던 나폴레옹은 닭에 질린 나머지 황제가 된 후 궁중 요리사에게 절대 닭요리를 올리지 말라"고 했다던걸. 내가 그런 적이 있었나. 아무튼 나는 황제가 된 후에도 닭요리를 꾸준히 먹었어. 하지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닭고기가 하나 있긴 하지. '치킨 마렝고(Chicken Marengo)'라 부르지. 그날 먹은 그 치킨 마렝고 맛은 절대 잊을 수가 없어."

-그날이라니요.

 
"한니발 이후 대규모의 군사가 처음으로 알프스를 넘은 일을 기억하는가. 미친 짓이라고들 했지. 난 말했어. '불가능이란 바보들의 사전에나 나오는 말이다.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고. 난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마렝고에서 오스트리아군과 맞붙었지.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드디어 6월 14일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어. 그 순간, 내가 느낀 기분이 뭐였는지 아나. 터질 듯한 승리감? 물론이지. 거기에 하나 더, 배고픔이었어. 난 원래 '공복전투가'야. 전투 전엔 먹질 않지. 요리사에게 음식을 부탁했지. 보급 마차가 도착하지 않아 그가 구할 수 있던 재료는 달걀 3개, 토마토 4개, 가재 6마리, 암탉 1마리, 마늘 조금, 그리고 기름과 팬이 전부였어. 요리사는 그 재료에 내 휴대용 술통에 담겼던 브랜디를 조금 섞어 요리를 만들었어. 아, 승리의 접시에 담은 닭고기 맛이란. 난 요리사에게 "전투를 마치고 오는 병사들에게 이 음식을 먹게 하라"고 명령했지. 그런데 전쟁터에서 대충 만든 게 찜찜했던지 그 요리사, 뒤낭(Dunand)이었던가, 그가 자꾸 '정식으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거야. 브랜디 대신 화이트와인을 넣는 식으로. 난 "아무것도 바꾸지 말고, 꼭 전처럼 만들라"고 몇 번이나 주문했다네."

치킨 마렝고.
-역시 궁에서 먹을 땐 전쟁터에서 먹던 맛이 나지 않았겠군요.

"도루묵 얘기라도 할 작정인가. 피난길 먹었던 '목어'의 맛이 너무 좋아 '은어'라 부르라 했다가, 궁궐에서 다시 먹어보니 예전 맛이 나지 않아 '도로 목어라 해라'고 했다는 그 도루묵 말이네. 난 왕으로 태어난 사람들과는 달라. 군인이지. '군인의 최고 미덕은 피곤을 견디는 일이다. 용기는 그다음'이라는 내 말뜻을 알기나 하나. 군인은 승리의 순간에 먹은 음식을 결코 잊지 못하는 법이지. 군 면제자인 자네가 알 턱이 있나. 하하하."

치킨 마렝고

치킨 마렝고는 우리로 치면 ‘닭볶음’에 해당할 만큼, 요리하기도 쉽고 맛도 털털한 편이다.
재료: 닭가슴살 1개(6등분), 올리브오일 5큰술, 다진 양파 2개, 밀가루 1큰술, 물 1/2컵, 화이트와인 1/4컵, 토마토 페이스트 3큰술, 다진 마늘 1쪽, 타임 1/4작은술, 월계수잎 1개, 소금 1/2작은술, 후추 1/4작은술, 잘게 썬 버섯 230g, 파슬리 1큰술
1. 냄비를 달구고 올리브오일을 두른다.
2. 닭가슴살을 넣고 노릇하게 구워 따로 둔다.
3. 냄비에 양파와 버섯을 넣고 노릇하게 볶는다. 밀가루를 더해 3분 볶는다. 물과 화이트와인, 토마토 페이스트, 마늘, 타임, 월계수잎, 소금, 후추를 더해 끓인다.
4. 2의 닭가슴살을 냄비에 다시 넣고 약한 불에서 약 30분,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5.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고 파슬리를 뿌려 마무리한다.

레시피=조선호텔 지영섭 조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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