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잇는 음식....

카~시원, 임금님만 보시던 맛이로구나

dunia 2009. 12. 28. 15:59

`대구(大口)'는 입이 크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입을 쩍 벌린 대구를 보았다.이건 정말 입대신 '아가리(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라고 불러야겠다.머리도 크다. 가덕도가 바라보이는 경남 진해시 용원동 일대에 들어섰다. 대구의 고향, 입구부터 대구 냄새가 물씬 난다. 집집마다 대구를 말려 내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몇 년 전부터 대구 인공 수정란 방류 사업을 펼친 덕분에 귀한 가덕대구가 제법 많이 잡히고 있단다.덕분에 임금님만 드시던 가덕대구를 일반인들도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대구는 사촌격인 명태(대구목 대구과)와 비슷하다.덩치가 크고, 위턱이 아래턱보다 돌출되고,주둥이 아래에 수염이 한 개 나 있으면 대구이다.수명이 10년 이상이라 그런지 어째 영감  같다.

 대구는 멀리 북태평양에서 사할린을 거치는 긴 항해를 하고 한반도로 접근한다.부산 가덕도의 어민들은 대구가 포항 근해를 지나며 맛이 들기 시작해 가덕도까지 와야 비로소 제 맛이 난다고 믿는다.
 포항 사람들 계시면 잠깐 귀를 막으시라. "포항 대구 열 마리하고도 가덕대구 한 마리를 바꾸지 않는다." 대구는 연어와 같은 회유성 어류이지만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는 냉수대에 갇혀 토종화했다. 크기가 가덕대구의 절반에 불과해 얘들은 ‘왜대구’라 부른다.사람이든 대구든 세상을 좀 돌아다녀야 크기가 넉넉해진다.

 대구탕(특히 생대구탕)은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그만이다.각종 문헌에도 대구탕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온몸을 훈훈하게 해주며,해장국으로 먹어도 시원하고 주독이 잘 풀리는 음식으로 소개된다. 
 대구의 온전한 맛을 보기 위해 의창수협으로부터 용원의 등대횟집(055-552-0368)을 소개받았다.이곳에서 중간치 수놈(이리대구)을 잡는 시범을 보았다.`녀석'은 갑자기 세상으로 나오니 놀라서 특유의 큰 입을 벌리고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살아보겠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녀석이 떨어진 곳은 콘크리트 시장 바닥이다.바닥에 우윳빛의 정소가 깔린다.녀석은 시뻘건 아가미를 벌름벌름하며, 입도 오물거린다. 순간 놀랍게도 대구의 말이 생생하게 들렸다. "아씨X, 씨도 못뿌려보고 가네…"  `대구(大口)'는 영어로 BIG mouth이고, 허풍쟁이라는 뜻도 있다. 과히 나무라지마시기를.

대구도 회로 먹는다. 호기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겨울철 대구회에도 손대볼만하다.겨울철이 되면 대구의 뱃살에 지방도 생기고 육질도 쫄깃해 한번쯤 맛을 볼만 하다.대구회는 굵게 썬다. 일반회처럼 얇게 촘촘하게 썰면 맛이 나지 않는다.상에 올라온 대구회의 빛깔이 참 곱다. 이곳 사람들은 대구회에서 무지개 빛깔이 난다고 말한다. 대구회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생선회 박사 조영제 교수는 "대구는 수분 함량이 많고 육질이 연해 씹힘성이 좋지 않다. 지방 및 맛 성분의 함량이 적어 혀로 느끼는 맛도 좋지 않다. 비싼 대구를 회로 먹을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대구회에는 이렇게 호불호가 있다.

 일인분에 2만원이나 하는 대구탕이 큰 냄비에 들어왔다.“카∼시원하다!  그럼 그동안 먹었던 대구탕은 다 뭐란 말인가.” 함께 상에 오른 대구의 왜(간)는 상어간과 비슷한 맛이다.겨울 한철에 가덕대구 3마리만 먹으면 감기도 걸리지 않는단다. 동의보감에는 "대구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고 기를 보한다"고 말한다. 말린 대구포는 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양주 안주로는 최고다.

 대구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대구뽈찜이다.  대구뽈찜은 대구의 머리 부분으로 만드는 부산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대구 머리를 '뽈`이라고 하고,쪽쪽 빨아먹어서 '뽈`이라고도 한다(왜 ‘쪽’이 아닐까, ‘쪽’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대구뽈찜하면 '광명집`(051-621-4376)이 먼저 떠오른다.  광명집은 '대구뽈찜`과 '아귀찜`을 하는데 항상 대구뽈찜의 불같은 유혹에 넘어가 아직도 아귀찜은 먹어보지 못했다. 이 집 대구뽈찜의 특징은 대구뽈의 양이 참 많고 뽈찜 바닥에 진한 육수가 입맛을 돋운다. 광명집 대표 안영자씨는 “뽈에도 찰뽈이란 게 있어 꼭 찰뽈만 쓴다. 찰뽈은 뼈 안에도 살이 느물느물 들어 있다”고 말한다. 뽈찜 국물에 사리를 넣고 비벼먹는 쫄면도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 이야기하고싶은 게 있다. 대구 또는 명태 새끼를 노가리라고 한다. 주로 술안주로 이용한다. 수산자원보호령 제 10조에 어린 대구는 어획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당연히 불법이다. 지속 가능한 어획을 위해, 지속 가능한 식사를 위해 어린  노가리는 잡지도 먹지도 말자. 노가리 안주, NO!  

 박종호 부산일보 라이프팀 기자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