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부부의쉽게 하는수학 공부 이야기
박종하(38·'The brains'대표), 송명진(37·프리랜서 작가)씨 부부는 고려대 수학교육과 캠퍼스 커플이다.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수학을 전공하며 박씨는 박사, 송씨는 석사까지 마쳤다. 대부분의 부모라면 지레 겁먹고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일쑤인 수학 과목을 독특한 방식으로 자녀에게 직접 가르치고 있다.
- ▲ 남편 박종하씨와 아내 송명진씨는 "수학의 재미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수학의 재미를 맛보게 하다
둘 다 화려한 이력과는 달리 초등 때까지는 수학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됐고 수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송씨의 얘기다. "5학년 때 일이었어요. 선배 언니가 답을 모르겠다면서 문제 하나를 알려줬어요.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한 번씩만 빈칸에 넣어 계산을 완성하라는 문제였는데 열심히 계산했지만 풀리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6학년 때 우연히 다시 그 문제를 만나게 됐지요. 다시 푸는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쉽게 답을 찾은 거예요. 희열을 느꼈어요."
박씨 또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다가 수학의 묘미를 맛봤다. 5학년 때 우연히 9개의 점을 연필을 떼지 않고 4개의 직선을 그어 모두 지나가게 하는 문제를 접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풀리기에 답지를 봤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 적혀 있었다.
"사각형 형태에만 매몰된 저와 달리 삼각형 형태로 접근하자 9개의 점이 모두 연결됐어요.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느낀 순간이었죠."
그들은 수학을 단순한 지식 이상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송씨는 "수학은 좌뇌적인 면과 우뇌적인 성격을 둘 다 가지고 있어요. 수학을 잘하면 단순히 연산력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해결하는 능력도 함께 커지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부부는 본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 박지수(12·서울 삼광초 6)군과 딸 박지민(10·삼광초 4)양에게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수학에 재미를 느끼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집안 곳곳에 퍼즐이나 블록 같은 수학 교구를 배치해 틈날 때마다 가족 모두 즐겼다. 어려운 창의력 신장 문제를 놓고 같이 고민해보기도 했다. 구구단을 거꾸로 외우기도 하고 전개도를 직접 그려 도형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학원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말아야
지수와 지민이는 지금까지 수학 학원은 물론 보습 학원조차 다니질 않았다. 박씨는 "학원은 재미와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단순한 지식만을 강조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수학적 지식을 배우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력을 키워주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부부는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으로 책을 읽어주거나 영화를 같이 보는 등 문화생활을 꾸준히 했다. 최근에는 매일 아침마다 가족 모두 둘러앉아 성경책을 한 장씩 읽고 있다. 종교적 신념과 봉사 정신을 키우는 것은 물론 성경에 있는 값진 어휘들을 아이들 스스로 체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현재 아이들 지도는 송씨가 맡아 직접 가르치고 있다. 수학은 반드시 하루에 한두 문제 이상 풀도록 지도하고 모르는 문제는 힌트를 주면서 스스로 풀 수 있도록 돕는다.
송씨는 주변 엄마들에게 수학 지도를 직접 해볼 것을 추천한다. 그에 따르면 엄마와 함께 수학 공부를 한 아이들이 성적이 올랐다고 했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수준 높은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지도할 수 있어요. 만약 수학 실력이 형편없었던 것이 문제라면 자녀와 같이 수학 공부를 하는 것도 좋아요. 엄마와 함께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자녀에게는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오죠."
물론 자녀를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수학교육을 전공한 그녀 역시 힘들 때가 많다. 우선 감정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가 문제를 못 풀 때마다 답답해서 답을 바로 가르쳐주고 싶고, 왜 못 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심호흡을 크게 한다. "제 입장에서가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수학은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과목이에요."
현재 지민이와 지수의 수학 실력은 상위권. 하지만 영재라고 불릴 만큼은 아니다. 부부는 지금껏 성적을 놓고 왈가왈부한 적이 없다. 자신감을 잃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다.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어떤 학생이 숙제인 줄 착각하고 선생님한테 혼나기 싫어서 칠판에 적힌 문제를 밤새 고민하다 풀었대요. 다음날 선생님은 깜짝 놀랐어요. 학자들도 풀기 힘들만큼 고난도의 수학 문제였거든요. 만약 그 학생이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풀지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수학은 자신감을 갖고 때론 무모할 정도로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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