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외환보유액 / 이주영 한국은행 부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국가 비상금' 가급적 넉넉하게
중앙은행 보유 교환성 있는 국가의 화폐 자산
환율조정·해외결제 등 기능 … 세계 6위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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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강력한 외환시장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천50원대에서 1천원대로 하락하였는데, 최근 이틀새 무려 50원 정도의 환율하락을 유도한 것은 다름 아닌 외환보유액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4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중국, 베트남 등에 해외증권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나중에 투자회수가 가능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투자대상국의 외환보유액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경제생활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의 중앙은행(우리나라는 한국은행)과 정부가 대외 지급준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말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과 정부가 보유한 외화자산이라고 해서 모두 외환보유액이 되는 것은 아니고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와 같이 교환성이 있는 나라의 돈으로 표시된 자산이라야 합니다. 쉽게 현금으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어야 합니다.
외환보유액은 왜 필요한가
외환보유액은 환율안정을 위해 사용될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안전장치로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는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환보유액은 환율안정을 위한 기초재원이 됩니다.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하고 있는 나라일지라도 시장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외화를 매입하려고 한다면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풀어 외환시장을 움직이게 하고 환율의 가파른 상승을 막습니다.
무엇보다도 외환보유액은 국가경제의 비상금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이 금융기관들이 해외에서 외화를 빌려오지 못하거나 외국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대출을 회수해 나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기관, 기업 및 정부가 외화를 구할 수 없어 해외에 대금을 결제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가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한국은행이 쌓아둔 외환보유액을 공급해 준다면 이러한 위기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신용을 높이는 기능을 합니다. 외환보유액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지급능력이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는 한 나라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외환보유액이 많고 적음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고 합니다. 국가신인도가 높으면 외자를 조달할때 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얼마 정도를 보유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말 89억달러까지 줄어들었으나 그후 계속 증가하여 2001년 9월 말에는 1천억달러를, 2005년 2월 말에는 2천억달러를 각각 넘어섰습니다.
2008년 5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천582억달러로 중국(1조6천822억달러, 3월말 기준), 일본(9천970억달러), 러시아(5천474억달러), 인도(3천146억달러), 대만(2천901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규모입니다.
그런데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에는 수입액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이 대체로 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1990년 후반 들어 국가간 자본이동이 신속하고 빈번해진 가운데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전통적인 기준으로는 외환보유액의 적정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한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어렵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한 나라가 필요로 하는 외환보유액 규모는 경제의 해외의존도, 자본자유화 수준, 그리고 그 나라가 처한 지리적·정치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스스로 가늠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외환위기의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가급적 외환보유액을 넉넉히 보유하는 것이 국가경제의 안전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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