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기장서 쉼과 재미에 빠져봐요! |
최학림 기자 |
부산 기장군의 달음산에 올라 기장군 일대의 해안선을 조망해 본 이들은 기장을 잊을 수가 없다. 바다를 곁에 둔 올망졸망 야트막한 구릉들이 마치 바다의 물결처럼 아름답게 일렁거리고 있다. 봄바람이 부는 철에 아름다운 기장에 이르렀다. 먹는 것으로 그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음식과 더불어 쉼과 재미가 있는 공간 세 곳을 찾았다.
·바다와 음악을 향해 활짝 열린 '대문집'
'대문집'(기장군 장안읍 길천리)에서는 '음악을 먹어야 한다'. 최고 메뉴는 그룹 이글스의 팝송 '호텔캘리포니아'였다. 돈 헨리의 허스키한 목소리, 글렌 프라이와 조 월시가 온몸으로 튕겨내는 기타의 높고 낮은 또렷한 음들에 우리는 전율했다. 진공관 앰프가 증폭시키는 낱낱의 음들은 가슴 언저리를 날카롭고 기분좋게 스쳤다. 스치는 그 자리마다 흥건한 감성의 물이 솟구쳐 올랐다.
이 집의 이관효(61) 사장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앰프"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음악을 들을 때, 재즈를 들을 때 저마다 끼우는 진공관이 따로 있었다. 그의 앰프는 10년 이상 튜닝한 것이라고 한다. 장사익의 애애절절한 노랫소리는 충분히 소름을 쫙 끼치게 만들었다.
이 사장이 음악을 들은 지는 40여년 됐으며 '대문집'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됐다. 원래 온천장에서 이 사장의 누님이 '대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10여년 했다. 지금 온천장의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누님은 일본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으며, 이 사장은 월내 바다가 앞마당처럼 펼쳐진 이곳에서 음악과 더불어 음식점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바다를 보세요. 호수 같지 않나요. 저녁 노을이 물들면 참으로 아름답지요. 또 올망졸망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는 저 구릉들을 보세요."
다양한 음식 메뉴가 있는데 요즘은 생선구이정식(8천원), 청어구이정식(9천원), 모듬구이정식(1만2천원), 생갈치구이·찌개(각 1만5천원)가 대표 메뉴로 자리를 잡고 있단다. 생갈치구이와 찌개의 맛이 시원했다. 좋은 재료에서 그대로 우러나는 맛이다. 그러나 그 맛을 제대로 빼내는 것이 중요하다.
동행한 이는 "이 집 음식은 간이 맞다"고 했다. 생갈치찌개의 국물 맛이 그저그만이다. 남김없이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돌미나리무침의 유자 소스 향이 미나리 향과 상큼하게 잘 어울리고, 구워서 올리브 기름에 볶았다는 가지나물은 정성의 표현이다. 호래기젓갈, 연뿌리, 두부김치, 고추무침, 톳나물, 고들빼기 등의 음식들이 모두 사기 그릇에 담겼는데 경북 경주의 아는 도예가가 만든 그릇이란다.
뒤쪽에 큰방이 또 있다.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인데 여기에도 멋들어진 소리를 내는 오디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마당 쪽에는 옛 시골집의 방 같은 두 개의 자그마한 방이 있다. 이 사장은 "우리 집 음식은 모차르트 '디베르토멘토'를 틀고서 요리를 하고 숙성시킨 '모차르트 음식'이다"라고 했다.
복 매운탕·맑은국(각 8천원), 민물장어구이(1만5천원), 모밀국수(여름 5천원), 새송이버섯과 한우꽃등심(120g) 돌판구이(1만8천원). 울산시 울주군과 마주한 부산의 끄트머리에 있다. 동해남부선 철도 월내역 지나 월천교 넘기 전 우회전, 바닷가 쪽 월내교를 건너 해안 따라 150m 전방. 오전 9시~오후 9시 영업. 음악을 들으려면 오후 1시30분 지나서 가면 좋다. LP판 3천500장, CD 1천장이 있다. 051-727-5001.
·깊은 산 아늑한 황토방 '기픈골황토마루'
"꽃 피면 여기가 무릉도원이 됩니다." 둘러보니 주위에 복사꽃, 개나리, 온갖 벚나무의 벚꽃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가장 관능적이라는, 벚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또 어떨까? 저쪽과 이쪽의 소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까 손길이 아주 많이 닿은 모습이다.
포근하고 아늑한 '기픈골황토마루'(기장군 정관면 병산리)는 음식점 개념을 넘어서 있는 하나의 휴식 공간이다. 70평의 위채와 각 60평의 아래채와 별채가 있다. 각각의 채에는 장작불을 때는 총 20여개의 황토방이 딸려 있다.
각각의 채에서 음식을 먹고 뜨끈뜨끈한 황토방에 가족 단위로 들어가서 시간을 잊은 채 푹 쉬는 것이다. 황토방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을 먹으면 공짜다. 1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때는 방에 따라 5만원, 7만원의 숙박비가 붙는다.
위쪽의 족구장 2개를 합쳐 이 일대는 모두 4만3천평. 주인 신윤태(66)씨의 10년 손길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들과 황토방에 너무밤나무 껍질 지붕,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음식과 공간이 모두 자연 친화적이다.
짓는 데 2년 걸렸다는 황토 돌벽의 위채는 육중하다. '청둥오리 한방찜'(2인분 4만원)에는 녹두 칡 솔잎 은행 오미자 오가피가루 호두 등 18가지의 재료가 들어가 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메뉴라고. 1시간 전 예약 필수. 한방찜을 찔 때 나오는 물로 끓이는 흑미죽의 맛이 독특하다.
'유황오리 훈연바베큐'(1인분 200g, 1만6천원)에서는 그윽하고 고소한 불의 향이 난다. 참나무 벚나무 사과나무의 향으로 직접 훈연을 시키는데 맛과 향이 아주 좋다. 훈연 오리는 독특하게 삼베를 얹은 황토판 위에서 굽는다. 경주 토함산 황토로 만든다는 황토판은 한 번만 쓰고 버린다. 입과 음식과의 거리는 가깝지만 하나의 온전한 음식이 되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절차 하나하나가 세심했다. 위채에는 돼지훈연 숯불바베큐(1인분 200g, 1만7천원) 등이 있다. 아래채도 예사롭지 않다. 가설된 두께 10㎝ 이상의 돌판 위에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구워 먹는다. 이 두꺼운 돌판을 달구려면 3~4시간 장작을 때야 한다. 여기서는 기찬 '불 쇼'를 구경할 수 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린 뒤 보드카를 끼얹으면 불길이 확 일어난다. 우와 하는 감탄이나 박수가 터져나오기 일쑤다. 레드·화이트 와인이 더해지고 고기의 노린내가 덜어진다.
'황토 돈 모듬'(목살 삼겹살 등 700g, 5만4천원), '장작 모듬'(돼지고기 쇠고기 대하 등 600g, 6만4천원), '한우 등심 스테이크'(500g, 8만원), 모두 3인 기준. 돌판에는 돼지고기가 제격인 것 같았다.
정관신도시 내 해운대CC 가는 방향, 병산저수지가 끝날 즈음의 병산교 건너기 전 오른쪽 길, '황토마루' 표지판 따라 외길로 800m를 오르면 나온다. 낮 12시~오후 9시 영업. 오전 10시쯤 와서 황토방에서 쉬다가 음식을 먹어도 가능하단다. 주말에는 붐벼 가능하면 평일에 가는 것이 좋다. 051-728-6320, 7200.
·바비큐장과 레스토랑의 결합 '아셀'
'아셀'(기장군 기장읍 내리)은 150평의 레스토랑과 90평의 바비큐장, 그리고 1개의 족구장으로 이뤄져 있다.
바비큐장에는 마치 날개를 펼친 듯한 이동바비큐그릴 14개가 있어 손님들이 직접 바비큐를 요리해 먹도록 했다. 그게 재미란다. 가족들이 소풍 온 듯이 재미를 느끼면서 구워 먹는단다.
박덕종(39) 사장은 "호주에 갔을 때 현지인들이 가스가 설치된 야외 공원의 정자에서 요금을 치른 뒤 고기를 즐겁게 구워 먹는 것을 보고는 착안했다"고 말했다.
물론 직접 하기 싫어하는 손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레스토랑에 가서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단다(단 가격은 1만원 비싸다). 가족들이 올 때는 아빠가, 직장 모임을 할 때는 상사가, 선후배 모임을 할 때는 선배가 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알아서들 하시길(?).
이동바비큐그릴은 가스불을 이용한다. 패밀리세트(3~4인, 5만5천원)에는 온갖 게 다 들어 있었다. 삼겹살(240g)은 입감이 아주 부드럽고 좋다. 양념한 치킨스테이크(300g)도 불의 향을 머금고 있어 괜찮고, 소고기양념갈비살(150g)도 말랑말랑하니 맛있다.
거기에다가 왕새우구이(4마리), 통한치구이(2마리), 모듬소시지(7개), 포크등심스테이크(240g), 모듬야채와 순대(100g)를 더한 게 패밀리세트다(개별 메뉴 추가 1만원). 이렇게 온갖 것들이 들어간 것은 구워 먹는 재미를 위해서다. 순대가 이색적인데 "손님의 요구로 매운고추순대를 메뉴에 넣었다"고 박 사장이 말했다.
김태현 지배인은 "바비큐는 굽는 솜씨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했다. 역시 그랬다. 다른 이가 구운 소고기양념갈비살은 눅진한 맛이었으나, 김 지배인이 구운 것은 부드러운 맛이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내가 요리사"라고 서로 폼을 잡는 손님들이 몰려 이 바비큐장이 떠들썩해진단다. 바비큐를 먹은 뒤 밥과 된장찌개는 1인 1천원으로 푸짐하게 가능하다.
4인 가족이면 밥 두 그릇에 각종 야채를 가져와 비벼 먹으면 제격이라고. 커플세트(와인 1잔 포함, 4만원), 5~6인 그룹 세트(7만5천원), 7~8인 파티 세트(9만5천원).
박 사장은 "대구에서 지난 2005년 아셀레스토랑을 냈고, 또 지난해 부산에서 오픈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아셀'은 '기쁨',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이름이란다.
레스토랑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어린이특선(이탈리아식 돈가스와 새우, 8천800원), 바비큐 폭립(1만3천700원)을 비롯해 8가지 스테이크 요리(1만700~3만2천700원), 10여 가지 파스타 요리(1만700~1만8천원), 5가지 라이스 요리(1만5천~1만8천원)가 있다.
31번 국도, 송정에서 기장군청 방향으로 가다가 울산고속도로 기장램프 지점에서 오른편을 보면 '아셀레스토랑' 이동 간판이 보인다. 내리천을 사이에 두고 기장내리주공아파트와 마주해 있다.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영업. 051-722-5038.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바다와 음악을 향해 활짝 열린 '대문집'
'대문집'(기장군 장안읍 길천리)에서는 '음악을 먹어야 한다'. 최고 메뉴는 그룹 이글스의 팝송 '호텔캘리포니아'였다. 돈 헨리의 허스키한 목소리, 글렌 프라이와 조 월시가 온몸으로 튕겨내는 기타의 높고 낮은 또렷한 음들에 우리는 전율했다. 진공관 앰프가 증폭시키는 낱낱의 음들은 가슴 언저리를 날카롭고 기분좋게 스쳤다. 스치는 그 자리마다 흥건한 감성의 물이 솟구쳐 올랐다.
이 집의 이관효(61) 사장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앰프"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음악을 들을 때, 재즈를 들을 때 저마다 끼우는 진공관이 따로 있었다. 그의 앰프는 10년 이상 튜닝한 것이라고 한다. 장사익의 애애절절한 노랫소리는 충분히 소름을 쫙 끼치게 만들었다.
이 사장이 음악을 들은 지는 40여년 됐으며 '대문집'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됐다. 원래 온천장에서 이 사장의 누님이 '대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10여년 했다. 지금 온천장의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누님은 일본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으며, 이 사장은 월내 바다가 앞마당처럼 펼쳐진 이곳에서 음악과 더불어 음식점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바다를 보세요. 호수 같지 않나요. 저녁 노을이 물들면 참으로 아름답지요. 또 올망졸망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는 저 구릉들을 보세요."
다양한 음식 메뉴가 있는데 요즘은 생선구이정식(8천원), 청어구이정식(9천원), 모듬구이정식(1만2천원), 생갈치구이·찌개(각 1만5천원)가 대표 메뉴로 자리를 잡고 있단다. 생갈치구이와 찌개의 맛이 시원했다. 좋은 재료에서 그대로 우러나는 맛이다. 그러나 그 맛을 제대로 빼내는 것이 중요하다.
동행한 이는 "이 집 음식은 간이 맞다"고 했다. 생갈치찌개의 국물 맛이 그저그만이다. 남김없이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돌미나리무침의 유자 소스 향이 미나리 향과 상큼하게 잘 어울리고, 구워서 올리브 기름에 볶았다는 가지나물은 정성의 표현이다. 호래기젓갈, 연뿌리, 두부김치, 고추무침, 톳나물, 고들빼기 등의 음식들이 모두 사기 그릇에 담겼는데 경북 경주의 아는 도예가가 만든 그릇이란다.
뒤쪽에 큰방이 또 있다.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인데 여기에도 멋들어진 소리를 내는 오디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마당 쪽에는 옛 시골집의 방 같은 두 개의 자그마한 방이 있다. 이 사장은 "우리 집 음식은 모차르트 '디베르토멘토'를 틀고서 요리를 하고 숙성시킨 '모차르트 음식'이다"라고 했다.
복 매운탕·맑은국(각 8천원), 민물장어구이(1만5천원), 모밀국수(여름 5천원), 새송이버섯과 한우꽃등심(120g) 돌판구이(1만8천원). 울산시 울주군과 마주한 부산의 끄트머리에 있다. 동해남부선 철도 월내역 지나 월천교 넘기 전 우회전, 바닷가 쪽 월내교를 건너 해안 따라 150m 전방. 오전 9시~오후 9시 영업. 음악을 들으려면 오후 1시30분 지나서 가면 좋다. LP판 3천500장, CD 1천장이 있다. 051-72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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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진공관 앰프의 섬세한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진 '대문집'의 밥상은 옛 고향집의 밥상 같다. 이재찬 기자 chan@ |
·깊은 산 아늑한 황토방 '기픈골황토마루'
"꽃 피면 여기가 무릉도원이 됩니다." 둘러보니 주위에 복사꽃, 개나리, 온갖 벚나무의 벚꽃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가장 관능적이라는, 벚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또 어떨까? 저쪽과 이쪽의 소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까 손길이 아주 많이 닿은 모습이다.
포근하고 아늑한 '기픈골황토마루'(기장군 정관면 병산리)는 음식점 개념을 넘어서 있는 하나의 휴식 공간이다. 70평의 위채와 각 60평의 아래채와 별채가 있다. 각각의 채에는 장작불을 때는 총 20여개의 황토방이 딸려 있다.
각각의 채에서 음식을 먹고 뜨끈뜨끈한 황토방에 가족 단위로 들어가서 시간을 잊은 채 푹 쉬는 것이다. 황토방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을 먹으면 공짜다. 1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때는 방에 따라 5만원, 7만원의 숙박비가 붙는다.
위쪽의 족구장 2개를 합쳐 이 일대는 모두 4만3천평. 주인 신윤태(66)씨의 10년 손길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들과 황토방에 너무밤나무 껍질 지붕,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음식과 공간이 모두 자연 친화적이다.
짓는 데 2년 걸렸다는 황토 돌벽의 위채는 육중하다. '청둥오리 한방찜'(2인분 4만원)에는 녹두 칡 솔잎 은행 오미자 오가피가루 호두 등 18가지의 재료가 들어가 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메뉴라고. 1시간 전 예약 필수. 한방찜을 찔 때 나오는 물로 끓이는 흑미죽의 맛이 독특하다.
'유황오리 훈연바베큐'(1인분 200g, 1만6천원)에서는 그윽하고 고소한 불의 향이 난다. 참나무 벚나무 사과나무의 향으로 직접 훈연을 시키는데 맛과 향이 아주 좋다. 훈연 오리는 독특하게 삼베를 얹은 황토판 위에서 굽는다. 경주 토함산 황토로 만든다는 황토판은 한 번만 쓰고 버린다. 입과 음식과의 거리는 가깝지만 하나의 온전한 음식이 되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절차 하나하나가 세심했다. 위채에는 돼지훈연 숯불바베큐(1인분 200g, 1만7천원) 등이 있다. 아래채도 예사롭지 않다. 가설된 두께 10㎝ 이상의 돌판 위에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구워 먹는다. 이 두꺼운 돌판을 달구려면 3~4시간 장작을 때야 한다. 여기서는 기찬 '불 쇼'를 구경할 수 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린 뒤 보드카를 끼얹으면 불길이 확 일어난다. 우와 하는 감탄이나 박수가 터져나오기 일쑤다. 레드·화이트 와인이 더해지고 고기의 노린내가 덜어진다.
'황토 돈 모듬'(목살 삼겹살 등 700g, 5만4천원), '장작 모듬'(돼지고기 쇠고기 대하 등 600g, 6만4천원), '한우 등심 스테이크'(500g, 8만원), 모두 3인 기준. 돌판에는 돼지고기가 제격인 것 같았다.
정관신도시 내 해운대CC 가는 방향, 병산저수지가 끝날 즈음의 병산교 건너기 전 오른쪽 길, '황토마루' 표지판 따라 외길로 800m를 오르면 나온다. 낮 12시~오후 9시 영업. 오전 10시쯤 와서 황토방에서 쉬다가 음식을 먹어도 가능하단다. 주말에는 붐벼 가능하면 평일에 가는 것이 좋다. 051-728-6320,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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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픈골황토마루'의 아래채에서 두께 10㎝의 돌판에 고기를 올리고 보드카를 끼얹으니 화려한 불꽃 쇼가 연출됐다. 정종회 기자 jjh@ |
·바비큐장과 레스토랑의 결합 '아셀'
'아셀'(기장군 기장읍 내리)은 150평의 레스토랑과 90평의 바비큐장, 그리고 1개의 족구장으로 이뤄져 있다.
바비큐장에는 마치 날개를 펼친 듯한 이동바비큐그릴 14개가 있어 손님들이 직접 바비큐를 요리해 먹도록 했다. 그게 재미란다. 가족들이 소풍 온 듯이 재미를 느끼면서 구워 먹는단다.
박덕종(39) 사장은 "호주에 갔을 때 현지인들이 가스가 설치된 야외 공원의 정자에서 요금을 치른 뒤 고기를 즐겁게 구워 먹는 것을 보고는 착안했다"고 말했다.
물론 직접 하기 싫어하는 손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레스토랑에 가서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단다(단 가격은 1만원 비싸다). 가족들이 올 때는 아빠가, 직장 모임을 할 때는 상사가, 선후배 모임을 할 때는 선배가 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알아서들 하시길(?).
이동바비큐그릴은 가스불을 이용한다. 패밀리세트(3~4인, 5만5천원)에는 온갖 게 다 들어 있었다. 삼겹살(240g)은 입감이 아주 부드럽고 좋다. 양념한 치킨스테이크(300g)도 불의 향을 머금고 있어 괜찮고, 소고기양념갈비살(150g)도 말랑말랑하니 맛있다.
거기에다가 왕새우구이(4마리), 통한치구이(2마리), 모듬소시지(7개), 포크등심스테이크(240g), 모듬야채와 순대(100g)를 더한 게 패밀리세트다(개별 메뉴 추가 1만원). 이렇게 온갖 것들이 들어간 것은 구워 먹는 재미를 위해서다. 순대가 이색적인데 "손님의 요구로 매운고추순대를 메뉴에 넣었다"고 박 사장이 말했다.
김태현 지배인은 "바비큐는 굽는 솜씨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했다. 역시 그랬다. 다른 이가 구운 소고기양념갈비살은 눅진한 맛이었으나, 김 지배인이 구운 것은 부드러운 맛이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내가 요리사"라고 서로 폼을 잡는 손님들이 몰려 이 바비큐장이 떠들썩해진단다. 바비큐를 먹은 뒤 밥과 된장찌개는 1인 1천원으로 푸짐하게 가능하다.
4인 가족이면 밥 두 그릇에 각종 야채를 가져와 비벼 먹으면 제격이라고. 커플세트(와인 1잔 포함, 4만원), 5~6인 그룹 세트(7만5천원), 7~8인 파티 세트(9만5천원).
박 사장은 "대구에서 지난 2005년 아셀레스토랑을 냈고, 또 지난해 부산에서 오픈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아셀'은 '기쁨',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이름이란다.
레스토랑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어린이특선(이탈리아식 돈가스와 새우, 8천800원), 바비큐 폭립(1만3천700원)을 비롯해 8가지 스테이크 요리(1만700~3만2천700원), 10여 가지 파스타 요리(1만700~1만8천원), 5가지 라이스 요리(1만5천~1만8천원)가 있다.
31번 국도, 송정에서 기장군청 방향으로 가다가 울산고속도로 기장램프 지점에서 오른편을 보면 '아셀레스토랑' 이동 간판이 보인다. 내리천을 사이에 두고 기장내리주공아파트와 마주해 있다.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영업. 051-722-5038.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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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셀'의 바비큐장은 이동식바비큐그릴에 야채와 고기, 해물을 올려 직접 구워먹는 재미를 즐기는 곳이다. 이재찬 기자 |
부산 기장군의 달음산에 올라 기장군 일대의 해안선을 조망해 본 이들은 기장을 잊을 수가 없다. 바다를 곁에 둔 올망졸망 야트막한 구릉들이 마치 바다의 물결처럼 아름답게 일렁거리고 있다. 봄바람이 부는 철에 아름다운 기장에 이르렀다. 먹는 것으로 그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음식과 더불어 쉼과 재미가 있는 공간 세 곳을 찾았다.
·바다와 음악을 향해 활짝 열린 '대문집'
'대문집'(기장군 장안읍 길천리)에서는 '음악을 먹어야 한다'. 최고 메뉴는 그룹 이글스의 팝송 '호텔캘리포니아'였다. 돈 헨리의 허스키한 목소리, 글렌 프라이와 조 월시가 온몸으로 튕겨내는 기타의 높고 낮은 또렷한 음들에 우리는 전율했다. 진공관 앰프가 증폭시키는 낱낱의 음들은 가슴 언저리를 날카롭고 기분좋게 스쳤다. 스치는 그 자리마다 흥건한 감성의 물이 솟구쳐 올랐다.
이 집의 이관효(61) 사장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앰프"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음악을 들을 때, 재즈를 들을 때 저마다 끼우는 진공관이 따로 있었다. 그의 앰프는 10년 이상 튜닝한 것이라고 한다. 장사익의 애애절절한 노랫소리는 충분히 소름을 쫙 끼치게 만들었다.
이 사장이 음악을 들은 지는 40여년 됐으며 '대문집'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됐다. 원래 온천장에서 이 사장의 누님이 '대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10여년 했다. 지금 온천장의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누님은 일본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으며, 이 사장은 월내 바다가 앞마당처럼 펼쳐진 이곳에서 음악과 더불어 음식점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바다를 보세요. 호수 같지 않나요. 저녁 노을이 물들면 참으로 아름답지요. 또 올망졸망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는 저 구릉들을 보세요."
다양한 음식 메뉴가 있는데 요즘은 생선구이정식(8천원), 청어구이정식(9천원), 모듬구이정식(1만2천원), 생갈치구이·찌개(각 1만5천원)가 대표 메뉴로 자리를 잡고 있단다. 생갈치구이와 찌개의 맛이 시원했다. 좋은 재료에서 그대로 우러나는 맛이다. 그러나 그 맛을 제대로 빼내는 것이 중요하다.
동행한 이는 "이 집 음식은 간이 맞다"고 했다. 생갈치찌개의 국물 맛이 그저그만이다. 남김없이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돌미나리무침의 유자 소스 향이 미나리 향과 상큼하게 잘 어울리고, 구워서 올리브 기름에 볶았다는 가지나물은 정성의 표현이다. 호래기젓갈, 연뿌리, 두부김치, 고추무침, 톳나물, 고들빼기 등의 음식들이 모두 사기 그릇에 담겼는데 경북 경주의 아는 도예가가 만든 그릇이란다.
뒤쪽에 큰방이 또 있다.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인데 여기에도 멋들어진 소리를 내는 오디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마당 쪽에는 옛 시골집의 방 같은 두 개의 자그마한 방이 있다. 이 사장은 "우리 집 음식은 모차르트 '디베르토멘토'를 틀고서 요리를 하고 숙성시킨 '모차르트 음식'이다"라고 했다.
복 매운탕·맑은국(각 8천원), 민물장어구이(1만5천원), 모밀국수(여름 5천원), 새송이버섯과 한우꽃등심(120g) 돌판구이(1만8천원). 울산시 울주군과 마주한 부산의 끄트머리에 있다. 동해남부선 철도 월내역 지나 월천교 넘기 전 우회전, 바닷가 쪽 월내교를 건너 해안 따라 150m 전방. 오전 9시~오후 9시 영업. 음악을 들으려면 오후 1시30분 지나서 가면 좋다. LP판 3천500장, CD 1천장이 있다. 051-727-5001.
·깊은 산 아늑한 황토방 '기픈골황토마루'
"꽃 피면 여기가 무릉도원이 됩니다." 둘러보니 주위에 복사꽃, 개나리, 온갖 벚나무의 벚꽃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가장 관능적이라는, 벚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또 어떨까? 저쪽과 이쪽의 소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까 손길이 아주 많이 닿은 모습이다.
포근하고 아늑한 '기픈골황토마루'(기장군 정관면 병산리)는 음식점 개념을 넘어서 있는 하나의 휴식 공간이다. 70평의 위채와 각 60평의 아래채와 별채가 있다. 각각의 채에는 장작불을 때는 총 20여개의 황토방이 딸려 있다.
각각의 채에서 음식을 먹고 뜨끈뜨끈한 황토방에 가족 단위로 들어가서 시간을 잊은 채 푹 쉬는 것이다. 황토방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을 먹으면 공짜다. 1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때는 방에 따라 5만원, 7만원의 숙박비가 붙는다.
위쪽의 족구장 2개를 합쳐 이 일대는 모두 4만3천평. 주인 신윤태(66)씨의 10년 손길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들과 황토방에 너무밤나무 껍질 지붕,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음식과 공간이 모두 자연 친화적이다.
짓는 데 2년 걸렸다는 황토 돌벽의 위채는 육중하다. '청둥오리 한방찜'(2인분 4만원)에는 녹두 칡 솔잎 은행 오미자 오가피가루 호두 등 18가지의 재료가 들어가 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메뉴라고. 1시간 전 예약 필수. 한방찜을 찔 때 나오는 물로 끓이는 흑미죽의 맛이 독특하다.
'유황오리 훈연바베큐'(1인분 200g, 1만6천원)에서는 그윽하고 고소한 불의 향이 난다. 참나무 벚나무 사과나무의 향으로 직접 훈연을 시키는데 맛과 향이 아주 좋다. 훈연 오리는 독특하게 삼베를 얹은 황토판 위에서 굽는다. 경주 토함산 황토로 만든다는 황토판은 한 번만 쓰고 버린다. 입과 음식과의 거리는 가깝지만 하나의 온전한 음식이 되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절차 하나하나가 세심했다. 위채에는 돼지훈연 숯불바베큐(1인분 200g, 1만7천원) 등이 있다. 아래채도 예사롭지 않다. 가설된 두께 10㎝ 이상의 돌판 위에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구워 먹는다. 이 두꺼운 돌판을 달구려면 3~4시간 장작을 때야 한다. 여기서는 기찬 '불 쇼'를 구경할 수 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린 뒤 보드카를 끼얹으면 불길이 확 일어난다. 우와 하는 감탄이나 박수가 터져나오기 일쑤다. 레드·화이트 와인이 더해지고 고기의 노린내가 덜어진다.
'황토 돈 모듬'(목살 삼겹살 등 700g, 5만4천원), '장작 모듬'(돼지고기 쇠고기 대하 등 600g, 6만4천원), '한우 등심 스테이크'(500g, 8만원), 모두 3인 기준. 돌판에는 돼지고기가 제격인 것 같았다.
정관신도시 내 해운대CC 가는 방향, 병산저수지가 끝날 즈음의 병산교 건너기 전 오른쪽 길, '황토마루' 표지판 따라 외길로 800m를 오르면 나온다. 낮 12시~오후 9시 영업. 오전 10시쯤 와서 황토방에서 쉬다가 음식을 먹어도 가능하단다. 주말에는 붐벼 가능하면 평일에 가는 것이 좋다. 051-728-6320, 7200.
·바비큐장과 레스토랑의 결합 '아셀'
'아셀'(기장군 기장읍 내리)은 150평의 레스토랑과 90평의 바비큐장, 그리고 1개의 족구장으로 이뤄져 있다.
바비큐장에는 마치 날개를 펼친 듯한 이동바비큐그릴 14개가 있어 손님들이 직접 바비큐를 요리해 먹도록 했다. 그게 재미란다. 가족들이 소풍 온 듯이 재미를 느끼면서 구워 먹는단다.
박덕종(39) 사장은 "호주에 갔을 때 현지인들이 가스가 설치된 야외 공원의 정자에서 요금을 치른 뒤 고기를 즐겁게 구워 먹는 것을 보고는 착안했다"고 말했다.
물론 직접 하기 싫어하는 손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레스토랑에 가서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단다(단 가격은 1만원 비싸다). 가족들이 올 때는 아빠가, 직장 모임을 할 때는 상사가, 선후배 모임을 할 때는 선배가 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알아서들 하시길(?).
이동바비큐그릴은 가스불을 이용한다. 패밀리세트(3~4인, 5만5천원)에는 온갖 게 다 들어 있었다. 삼겹살(240g)은 입감이 아주 부드럽고 좋다. 양념한 치킨스테이크(300g)도 불의 향을 머금고 있어 괜찮고, 소고기양념갈비살(150g)도 말랑말랑하니 맛있다.
거기에다가 왕새우구이(4마리), 통한치구이(2마리), 모듬소시지(7개), 포크등심스테이크(240g), 모듬야채와 순대(100g)를 더한 게 패밀리세트다(개별 메뉴 추가 1만원). 이렇게 온갖 것들이 들어간 것은 구워 먹는 재미를 위해서다. 순대가 이색적인데 "손님의 요구로 매운고추순대를 메뉴에 넣었다"고 박 사장이 말했다.
김태현 지배인은 "바비큐는 굽는 솜씨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했다. 역시 그랬다. 다른 이가 구운 소고기양념갈비살은 눅진한 맛이었으나, 김 지배인이 구운 것은 부드러운 맛이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내가 요리사"라고 서로 폼을 잡는 손님들이 몰려 이 바비큐장이 떠들썩해진단다. 바비큐를 먹은 뒤 밥과 된장찌개는 1인 1천원으로 푸짐하게 가능하다.
4인 가족이면 밥 두 그릇에 각종 야채를 가져와 비벼 먹으면 제격이라고. 커플세트(와인 1잔 포함, 4만원), 5~6인 그룹 세트(7만5천원), 7~8인 파티 세트(9만5천원).
박 사장은 "대구에서 지난 2005년 아셀레스토랑을 냈고, 또 지난해 부산에서 오픈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아셀'은 '기쁨',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이름이란다.
레스토랑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어린이특선(이탈리아식 돈가스와 새우, 8천800원), 바비큐 폭립(1만3천700원)을 비롯해 8가지 스테이크 요리(1만700~3만2천700원), 10여 가지 파스타 요리(1만700~1만8천원), 5가지 라이스 요리(1만5천~1만8천원)가 있다.
31번 국도, 송정에서 기장군청 방향으로 가다가 울산고속도로 기장램프 지점에서 오른편을 보면 '아셀레스토랑' 이동 간판이 보인다. 내리천을 사이에 두고 기장내리주공아파트와 마주해 있다.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영업. 051-722-5038.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바다와 음악을 향해 활짝 열린 '대문집'
'대문집'(기장군 장안읍 길천리)에서는 '음악을 먹어야 한다'. 최고 메뉴는 그룹 이글스의 팝송 '호텔캘리포니아'였다. 돈 헨리의 허스키한 목소리, 글렌 프라이와 조 월시가 온몸으로 튕겨내는 기타의 높고 낮은 또렷한 음들에 우리는 전율했다. 진공관 앰프가 증폭시키는 낱낱의 음들은 가슴 언저리를 날카롭고 기분좋게 스쳤다. 스치는 그 자리마다 흥건한 감성의 물이 솟구쳐 올랐다.
이 집의 이관효(61) 사장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앰프"라고 귀띔했다. 바이올린 음악을 들을 때, 재즈를 들을 때 저마다 끼우는 진공관이 따로 있었다. 그의 앰프는 10년 이상 튜닝한 것이라고 한다. 장사익의 애애절절한 노랫소리는 충분히 소름을 쫙 끼치게 만들었다.
이 사장이 음악을 들은 지는 40여년 됐으며 '대문집'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됐다. 원래 온천장에서 이 사장의 누님이 '대문집'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10여년 했다. 지금 온천장의 그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누님은 일본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으며, 이 사장은 월내 바다가 앞마당처럼 펼쳐진 이곳에서 음악과 더불어 음식점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바다를 보세요. 호수 같지 않나요. 저녁 노을이 물들면 참으로 아름답지요. 또 올망졸망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는 저 구릉들을 보세요."
다양한 음식 메뉴가 있는데 요즘은 생선구이정식(8천원), 청어구이정식(9천원), 모듬구이정식(1만2천원), 생갈치구이·찌개(각 1만5천원)가 대표 메뉴로 자리를 잡고 있단다. 생갈치구이와 찌개의 맛이 시원했다. 좋은 재료에서 그대로 우러나는 맛이다. 그러나 그 맛을 제대로 빼내는 것이 중요하다.
동행한 이는 "이 집 음식은 간이 맞다"고 했다. 생갈치찌개의 국물 맛이 그저그만이다. 남김없이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돌미나리무침의 유자 소스 향이 미나리 향과 상큼하게 잘 어울리고, 구워서 올리브 기름에 볶았다는 가지나물은 정성의 표현이다. 호래기젓갈, 연뿌리, 두부김치, 고추무침, 톳나물, 고들빼기 등의 음식들이 모두 사기 그릇에 담겼는데 경북 경주의 아는 도예가가 만든 그릇이란다.
뒤쪽에 큰방이 또 있다.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인데 여기에도 멋들어진 소리를 내는 오디오 시설이 갖춰져 있다. 마당 쪽에는 옛 시골집의 방 같은 두 개의 자그마한 방이 있다. 이 사장은 "우리 집 음식은 모차르트 '디베르토멘토'를 틀고서 요리를 하고 숙성시킨 '모차르트 음식'이다"라고 했다.
복 매운탕·맑은국(각 8천원), 민물장어구이(1만5천원), 모밀국수(여름 5천원), 새송이버섯과 한우꽃등심(120g) 돌판구이(1만8천원). 울산시 울주군과 마주한 부산의 끄트머리에 있다. 동해남부선 철도 월내역 지나 월천교 넘기 전 우회전, 바닷가 쪽 월내교를 건너 해안 따라 150m 전방. 오전 9시~오후 9시 영업. 음악을 들으려면 오후 1시30분 지나서 가면 좋다. LP판 3천500장, CD 1천장이 있다. 051-727-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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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진공관 앰프의 섬세한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진 '대문집'의 밥상은 옛 고향집의 밥상 같다. 이재찬 기자 chan@ |
·깊은 산 아늑한 황토방 '기픈골황토마루'
"꽃 피면 여기가 무릉도원이 됩니다." 둘러보니 주위에 복사꽃, 개나리, 온갖 벚나무의 벚꽃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가장 관능적이라는, 벚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또 어떨까? 저쪽과 이쪽의 소나무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까 손길이 아주 많이 닿은 모습이다.
포근하고 아늑한 '기픈골황토마루'(기장군 정관면 병산리)는 음식점 개념을 넘어서 있는 하나의 휴식 공간이다. 70평의 위채와 각 60평의 아래채와 별채가 있다. 각각의 채에는 장작불을 때는 총 20여개의 황토방이 딸려 있다.
각각의 채에서 음식을 먹고 뜨끈뜨끈한 황토방에 가족 단위로 들어가서 시간을 잊은 채 푹 쉬는 것이다. 황토방에 들어가는 것은 음식을 먹으면 공짜다. 1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때는 방에 따라 5만원, 7만원의 숙박비가 붙는다.
위쪽의 족구장 2개를 합쳐 이 일대는 모두 4만3천평. 주인 신윤태(66)씨의 10년 손길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들과 황토방에 너무밤나무 껍질 지붕, 연기 피어오르는 굴뚝. 음식과 공간이 모두 자연 친화적이다.
짓는 데 2년 걸렸다는 황토 돌벽의 위채는 육중하다. '청둥오리 한방찜'(2인분 4만원)에는 녹두 칡 솔잎 은행 오미자 오가피가루 호두 등 18가지의 재료가 들어가 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메뉴라고. 1시간 전 예약 필수. 한방찜을 찔 때 나오는 물로 끓이는 흑미죽의 맛이 독특하다.
'유황오리 훈연바베큐'(1인분 200g, 1만6천원)에서는 그윽하고 고소한 불의 향이 난다. 참나무 벚나무 사과나무의 향으로 직접 훈연을 시키는데 맛과 향이 아주 좋다. 훈연 오리는 독특하게 삼베를 얹은 황토판 위에서 굽는다. 경주 토함산 황토로 만든다는 황토판은 한 번만 쓰고 버린다. 입과 음식과의 거리는 가깝지만 하나의 온전한 음식이 되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절차 하나하나가 세심했다. 위채에는 돼지훈연 숯불바베큐(1인분 200g, 1만7천원) 등이 있다. 아래채도 예사롭지 않다. 가설된 두께 10㎝ 이상의 돌판 위에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구워 먹는다. 이 두꺼운 돌판을 달구려면 3~4시간 장작을 때야 한다. 여기서는 기찬 '불 쇼'를 구경할 수 있다. 고기를 불판에 올린 뒤 보드카를 끼얹으면 불길이 확 일어난다. 우와 하는 감탄이나 박수가 터져나오기 일쑤다. 레드·화이트 와인이 더해지고 고기의 노린내가 덜어진다.
'황토 돈 모듬'(목살 삼겹살 등 700g, 5만4천원), '장작 모듬'(돼지고기 쇠고기 대하 등 600g, 6만4천원), '한우 등심 스테이크'(500g, 8만원), 모두 3인 기준. 돌판에는 돼지고기가 제격인 것 같았다.
정관신도시 내 해운대CC 가는 방향, 병산저수지가 끝날 즈음의 병산교 건너기 전 오른쪽 길, '황토마루' 표지판 따라 외길로 800m를 오르면 나온다. 낮 12시~오후 9시 영업. 오전 10시쯤 와서 황토방에서 쉬다가 음식을 먹어도 가능하단다. 주말에는 붐벼 가능하면 평일에 가는 것이 좋다. 051-728-6320,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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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픈골황토마루'의 아래채에서 두께 10㎝의 돌판에 고기를 올리고 보드카를 끼얹으니 화려한 불꽃 쇼가 연출됐다. 정종회 기자 jjh@ |
·바비큐장과 레스토랑의 결합 '아셀'
'아셀'(기장군 기장읍 내리)은 150평의 레스토랑과 90평의 바비큐장, 그리고 1개의 족구장으로 이뤄져 있다.
바비큐장에는 마치 날개를 펼친 듯한 이동바비큐그릴 14개가 있어 손님들이 직접 바비큐를 요리해 먹도록 했다. 그게 재미란다. 가족들이 소풍 온 듯이 재미를 느끼면서 구워 먹는단다.
박덕종(39) 사장은 "호주에 갔을 때 현지인들이 가스가 설치된 야외 공원의 정자에서 요금을 치른 뒤 고기를 즐겁게 구워 먹는 것을 보고는 착안했다"고 말했다.
물론 직접 하기 싫어하는 손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레스토랑에 가서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단다(단 가격은 1만원 비싸다). 가족들이 올 때는 아빠가, 직장 모임을 할 때는 상사가, 선후배 모임을 할 때는 선배가 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알아서들 하시길(?).
이동바비큐그릴은 가스불을 이용한다. 패밀리세트(3~4인, 5만5천원)에는 온갖 게 다 들어 있었다. 삼겹살(240g)은 입감이 아주 부드럽고 좋다. 양념한 치킨스테이크(300g)도 불의 향을 머금고 있어 괜찮고, 소고기양념갈비살(150g)도 말랑말랑하니 맛있다.
거기에다가 왕새우구이(4마리), 통한치구이(2마리), 모듬소시지(7개), 포크등심스테이크(240g), 모듬야채와 순대(100g)를 더한 게 패밀리세트다(개별 메뉴 추가 1만원). 이렇게 온갖 것들이 들어간 것은 구워 먹는 재미를 위해서다. 순대가 이색적인데 "손님의 요구로 매운고추순대를 메뉴에 넣었다"고 박 사장이 말했다.
김태현 지배인은 "바비큐는 굽는 솜씨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했다. 역시 그랬다. 다른 이가 구운 소고기양념갈비살은 눅진한 맛이었으나, 김 지배인이 구운 것은 부드러운 맛이었다. 토요일 저녁에는 "내가 요리사"라고 서로 폼을 잡는 손님들이 몰려 이 바비큐장이 떠들썩해진단다. 바비큐를 먹은 뒤 밥과 된장찌개는 1인 1천원으로 푸짐하게 가능하다.
4인 가족이면 밥 두 그릇에 각종 야채를 가져와 비벼 먹으면 제격이라고. 커플세트(와인 1잔 포함, 4만원), 5~6인 그룹 세트(7만5천원), 7~8인 파티 세트(9만5천원).
박 사장은 "대구에서 지난 2005년 아셀레스토랑을 냈고, 또 지난해 부산에서 오픈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아셀'은 '기쁨',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이름이란다.
레스토랑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어린이특선(이탈리아식 돈가스와 새우, 8천800원), 바비큐 폭립(1만3천700원)을 비롯해 8가지 스테이크 요리(1만700~3만2천700원), 10여 가지 파스타 요리(1만700~1만8천원), 5가지 라이스 요리(1만5천~1만8천원)가 있다.
31번 국도, 송정에서 기장군청 방향으로 가다가 울산고속도로 기장램프 지점에서 오른편을 보면 '아셀레스토랑' 이동 간판이 보인다. 내리천을 사이에 두고 기장내리주공아파트와 마주해 있다. 오전 11시30분~오후 9시 영업. 051-722-5038.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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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셀'의 바비큐장은 이동식바비큐그릴에 야채와 고기, 해물을 올려 직접 구워먹는 재미를 즐기는 곳이다. 이재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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