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충무동 골목시장에서는 밥부터 술까지 다 된다. 술도 파전, 고갈비에다가 회, 선어회로 1차에서 5차까지 다 되고, 밥도 곁들여 민물매운탕에서 장어탕, 복국, 홍어탕, 물회까지 다 갖추고 먹을 수 있다. 이를테면 안 되는 것이 없는 곳이 충무동 골목시장이다. 그것도 무엇보다 실비로 가능하다. 충무동 골목시장은 서민의 골목이자 시장으로, 먹을거리에서는 사통팔달의 골목시장인 것이다. 시장 사람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시장이 복잡했으나 그 시절이 온데간데없다. 그러나 근년에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그중에서 몇 곳의 맛집을 찾았다.
·시장 초입부터 맛깔이 빛나다
충무동 교차로 높다란 주차빌딩이 있는 근처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충무동 골목시장의 초입이다. 이 일대에서는 선어회를 먹을 수 있다. 보관 관리가 어렵고 제맛을 내기 쉽지 않은 게 선어회다. 선어회는 숙성시킨 회로 바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회의 일종. 선어회뿐이랴. 장어탕과 물회가 있었다. 장어탕집과 물회집의 사장은 이전에 수산업에 종사했다고. 역시 이들 집의 메뉴에는 선어회가 들어 있었다. 초입에 들어서면 30m 앞 오른쪽에 두 집이 나란히 붙어 있다.
![]() |
'연승장어' 집의 구수한 장어구이. |
△'연승장어' 집의 장어탕과 장어구이=장어탕과 장어구이로 이름난 6년 된 집. 장어탕이 매운탕에 가까운 부산 통영 거제식과 영 다르다. 들깨가루와 찹쌀가루를 넣어 걸쭉한 '여수식 장어탕'이다.
주인 김종서(55)씨는 20여년간 수산업에 종사했다. 그때 고깃배를 타고 전남 여수에 자주 들러 장어탕을 먹으면서 '이 맛있는 것을 언젠가는…'하면서 마음속에 다져놓았더란다. 장어뼈와 대가리로 우려낸 장어 육수. 물컹한 장어의 몸통이 국과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는 장어탕은 정성의 맛이다. 장어 내장도 들어 있는 온전한 장어탕이다.
장어구이도 정성과 맛이 보통이 아니었다. 거제에서 자랐다는 주인 김씨는 "할아버지가 잡아온 장어를 오전에 말려놓았다가 점심때 할머니가 구워주던 그 맛을 이제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온갖 곳을 다니면서 연구를 했단다. 결론은 싱싱한 장어를 저온숙성시킨다는 것. 정성이 들어간 장어구이는 구수하다.
장어를 주방에서 구워내 옷에 장어 굽는 냄새가 배지 않는 게 딱 좋다. 장어탕 7천원, 장어구이 1만2천원, 장어구이와 장어추어탕이 나오는 정식은 1인 9천원(2인 이상). 오전 5시에 일어나 반드시 식당 앞을 비질한다는 주인의 성격처럼 반찬 10여 가지도 모두 깔끔하다. 선어회(2만5천, 3만5천원) 메뉴도 있다.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영업. 일요일 휴무. 051-243-5083.
![]() |
20년간 트롤선의 주방장을 했다는 '포항물회'의 지일출 사장이 선어회와 물회를 얘기하고 있다. |
소스인 '간장'과 '냉이고추(와사비)'가 수준이 있는 게 이 집의 특징. 회를 찍어먹는 '된장'도 참기름 마늘 깨를 얹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특유의 소스를 첨가한 것이다.
경북 영일 출신의 지씨는 국내트롤선을 20여년간 타면서 주방장을 했다. 그 출신과 솜씨로 요리해 내는 선어회이며 매운탕이고, 물회다. 가자미식해 반찬이 있는데 이걸 먹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있단다. 선어모듬회 2만, 3만, 4만원. 눈뽈대 물회 6천원, 한치물회 8천원. 눈뽈대매운탕 8천원. 계절 따라 메뉴는 첨가된다. 오전 11시~오후 9시30분 영업. 051-244-8777.
· 복국 메기탕 홍어탕의 3가지 국과 탕
골목시장의 난전에 봄나물이 지천이다. 시장이 원래 그런 법이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정말 없는 게 없다. 노래방에 목욕탕, 그리고 댄스를 배우는 곳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포도청인 목구멍을 뚫는 일. 충무동교차로 쪽에서 시작해 충무동골목시장을 150여m 깊숙이 들어가 3가지의 국과 탕을 만났다. 복국도 복탕이면 3가지 탕일 터인데. 관용적으로 농도가 옅으면 '국', 짙으면 '탕'이라고 한단다.
![]() |
'새송도복국'의 이춘선 아주머니는 "우리 집은 38년 된 까치복전문점"이라고 했다. |
감기가 왔을 때 다른 것은 안 넘어가도 복국은 넘어간다, 복국은 체증이 있을 때 소화를 촉진시키며 술꾼들의 해장에도 좋지만 수술한 환자들의 건강 회복에도 좋다는 등의 말을 이씨는 양념처럼 했다. 그래, 이 집 초고추장 소스가 특이했다. 종지에 담긴 초고추장 소스는 갖은 재료를 넣고 숙성을 시킨 것인데 복국의 맛을 돋우어 주었다. 복국에 식초 대신에 넣어 먹는 제격의 소스다.
그런데 복국에 특이하게 시금치가 들어가 있다. 아삭거리는 콩나물 사이로 시금치 향이 상큼하게 감돈다. 반찬도 깔끔하다. 복국 8천원, 복매운탕 1만원, 복수육 2만원 2만5천원. 오전 5시~오후 9시 영업. 051-254-7867.
![]() |
'진양호'의 메기탕. |
경남 산청 출신의 주인 아저씨 강근수(53)씨가 직접 메기탕을 끓여낸다. 강씨는 "어릴 적 하천에서 천렵을 해서 끓여먹던 고향의 맛이 최고"라고 했다. 산청인데 왜 진주의 진양호냐고 물어보니 주인 아주머니 이순자(49)씨가 진주 출신이란다. 식당 앞 수족관에 메기가 헤엄치고 있다. 아저씨는 메기매운탕을 끓이고 아주머니는 반찬 일체를 한다.
우선 이 집에서는 메기매운탕의 인심에 놀란다. 메기탕 작은 것(1만5천원)이면 어른 3명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공기밥은 1천원.
강씨는 "메기탕은 확 끓여야 비린내가 덜 난다.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이 집 메기탕을 찾아 주말에는 손님들이 제법 밀린다. 메기탕은 미나리 팽이버섯 시래기에 수제비를 뜯어 넣은 것인데 맛이 들큰하다. 시원하게 먹으려면 수제비를 넣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이 집의 웬만한 반찬이나 양념은 산청에서 직접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가 안 먹는데 어떻게 손님을 주겠느냐"는 게 주인 강씨의 말이다. 메기탕뿐 아니라 추어탕(5천원)과 붕어찜(2만, 3만원)도 한다. 붕어찜은 양념과 혼연일체가 돼야 맛을 내기에 1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15시간 이상 걸리는 붕어곰탕도 한단다. 오전 11시~오후 9시 영업. 051-254-1388.
![]() |
'해남식당'의 얼큰하고 시원한 홍어탕. |
5천원짜리 홍어탕이 특이하다. 김씨가 부산 식으로 개발한 메뉴다. 원래 삼겹살만 했는데 4년 전 단골이 전라도 사람이라고 한 번 끓여보라고 하여 끓였더니 맛있다고 해서 시작했단다.
삭히지 않아도 홍어 특유의 향이 끼쳐온다. 첫술에 친하기는 어렵지만 숟가락이 더할수록 은근히 당기기 시작하는 그런 맛이었다. 아삭거리는 홍어의 물렁뼈에서 독특한 향이 난다. 국과 어울려 시원하다. 그게 홍어탕의 매력이다. 콩나물 무 미나리 등 갖은 채소와 바지락 조개가 들어가 시원함을 더하고 있다. 탕은 된장을 풀어 구수하며 얼큰하고 개운하다. 탕에는 식초 한 방울을 넣어 먹어야 한단다.
굴젓 시금치 조기새끼찜 묵무침 미역무침 등 반찬이 깔끔하다. 홍어튀김(1만원), 홍어찜·홍어회(각 2만원), 홍어삼합(3만원). 돼지목살 삼겹살 김치찌개 초록매생이국 각 5천원. 오전 11시~오후 9시 영업. 051-256-5609.
· 서민적인 파전골목
파전골목은 충무동골목시장에서 가장 서민적인 골목이다. 파전집에서는 안주값이 2천원, 3천원, 5천원이다. 위쪽의 횟집에서도 2만원이면 3명이 술 한잔을 할 수 있다. 원래 최원준 시인이 부산일보 장기기획 '시장따라 골목따라'에서 소개하기 전에 이곳 파전집은 서너 군데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 시인이 소개를 하자 사람들이 많이 찾아 지금은 10여곳을 헤아리게 되었다. 여름철에는 새벽 2시까지 거의 불야성을 이룬다고 한다.
![]() |
'금강파전'의 2천원짜리 해물파전. |
주인 배동권(62)씨는 "12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각종 전이 2천원, 명태포전 두부김치 돼지껍질 서대구이 등 10여 가지가 각 3천원짜리, 대구뽈찜 명태통마리전 해물탕 김치찌개 등 10여 가지가 각 5천원짜리다. 오후 6시가 되니까 손님으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오후 2시~새벽 2시 영업.
![]() |
'동원횟집'의 정미선 주인이 횟감이 담긴 물대야의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 |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맛 잇는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 오른 대게 … 바람개비 도는 언덕 … 싱그러운 3월의 포구 (0) | 2009.03.19 |
---|---|
보양식 2탄 (0) | 2009.03.16 |
[내신 1등급의 비밀을 알려주마] <20> 부흥고 3년 박미희 양 (0) | 2008.12.23 |
요리따라 달라지는 새우 손질법 (0) | 2008.11.21 |
요리따라달라지는 새우 손질법 (0) | 2008.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