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잇는 음식....

취향대로 골라 봐! 각국 산해진미 여기 다 모였네 홍콩맛기행

dunia 2010. 1. 14. 17:25

'식재향항(食在香港)'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먹을거리는 홍콩(香港)에 다 모였다'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에 가면 세계 각국의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와인까지 가세했다. 홍콩은 지난해 2월 와인에 부과하던 주류세를 폐지해 세계 2위의 와인도시로 급부상 중이다. 미식과 와인이 흐르는 홍콩으로 맛 기행을 떠나보자.

대표 음식은 단연 '딤섬'

면 종류도 다양

음식점별 맛보기 '흥미진진'

홍콩 야시장을 지나다보면 낯선 먹을거리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사진제공=맛 블로거'몽'(최홍석)

홍콩에 가기 전에 중국요리에 대해 좀 알고 가야겠다. 홍콩에서는 광둥(廣東),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쓰촨(四川), 차오저우(湖州)를 5대 요리로 친다. '밥상 다리 빼고는 다 먹는다'는 게 광둥 요리이다. 재료 본래의 풍미를 살린 깔끔한 맛이 특징으로 해산물을 많이 사용한다. 주루(酒樓), 주가(酒家) 등의 글자가 보이면 대부분 광둥 요리이다. 상하이 요리는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먹는 상하이 게가 끝내준다. 샤오룽바오((小籠包)도 상하이 요리의 대표 메뉴. 베이징 요리 재료에는 육류가 많은데 북경오리가 대표적이다. 매운 맛으로 유명한 쓰촨 요리 가운데 마파두부, 칠리새우가 친숙하다.

이 중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을 굳이 하나만 꼽는다면 역시 딤섬(點心)이다. 딤섬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이다. 홍콩 사람들은 보통 차(茶)를 마시며 딤섬을 즐긴다는 뜻으로 '얌차(飮茶)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춘권(春卷)'도 튀긴 딤섬의 일종이다. 면이 워낙 다양해 맛있는 면을 골라서 맛보는 맛 기행도 흥미진진하다.

와인 마니아라면 미리 예약을 한 뒤 에스테트 와인공장(www.the8estatewinery.com)을 방문하면 좋은 경험이 된다. 여기서는 4가지 종류의 와인을 시음(2만4천원 가량)할 수 있다. 홍콩 전역에 위치한 왓슨(Watson's Wine Cellar) 와인샵에서는 국내보다 저렴하게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홍콩 지하철역 포트리스 힐(Fortress Hill) 근처에 위치한 'Wine Buff'에서는 고가의 와인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홍콩은 취향대로 골라서 먹고 마시는 맛의 천국이다. 이 가운데 기자가 가 본 먹고 마시기에 좋은 곳들을 소개한다.


■ 홍콩 유명 맛집은?

언제나 '만원'…예약은 필수

△맵다 매워 '죽가장(竹家莊)'

'죽가장'의 게요리는 맵고 짜고 달아서 홍콩 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해선요리 전문점 죽가장이 하도 맵다고 해서 얼마나 매울지 궁금했다. 작은 규모의 식당이지만 저녁시간에는 늘 만원이라 예약은 필수란다. 매운 맛의 정도를 씨우락, 쭝락, 따이락 3단계로 구분한다. 홍콩의 원주민이 원래 먹던 방식이라는데 소문이 나며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메뉴판에는 아예 한글로 써놓았다. 국산 소주도 인기이고 국내 한 신용카드도 우대한다고 붙여놓았다. 일단 중간 정도의 맵기로 주문을 했다. 중간도 장난이 아니라 입에서 불이 난다.

오징어 데침, 돼지 내장 데침, 파 데침, 신선한 돼지 혀 데침, 신선한 돼지 방광 데침까지 다양하다. 돼지 방광이 얼마나 신선할까 모르겠다. 돼지 방광이 생각보다 쫄깃해서 맛이 있다. 간장과 칠리를 곁들인 게 볶음을 시켰다. 맵고, 짜고, 달다. 짜고 단 게 홍콩 음식의 특징이란다.

글쎄다.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게 요리가 이날은 7만원가량. 이름이 신기한 '구운 오리 다리 국수'는 육수가 아주 좋다. 국수에다 게 요리 양념을 넣으니 맛이 예술이다. 매운 소스에 밥이나 쌀국수를 비벼먹기도 한다. 몽콕 조단로드 템플스트리트. 오후 6시∼오전 4시 영업. 2735-5476.


광둥 요리 전문 레스토랑

△먹기 편한 광둥 요리 '크리스탈 제이드'

'크리스탈제이드'에서는 다양한 딤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홍콩, 일본, 서울 등 아시아 지역에 여러 지점을 갖춘 크리스탈 제이드는 광둥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2009년 동남아 체인점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았단다. 깨끗한 음식과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딴딴미엔(擔擔麵)은 부드러운 면발과 진하고 매운 국물에 땅콩과 깨의 향이 잘 어우러진다. 처음에는 시큼해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맵고 고소한 맛이 자꾸 생각난다. 마파두부는 고추의 자극적인 매운 맛이 입맛을 확 돋운다. 한국에서 먹던 맛과 다르다. 생강, 파 등의 향미가 맛을 더욱 좋게 한다.

새참 먹듯이 심심하면 먹는 게 딤섬이다. 딤섬의 종류는 2천개가 넘고 재료로 따지면 2만5천개가 넘는다고 한다. 고소한 육즙이 든 만두인 샤오룽바오(小籠包)가 가장 유명하다. 돼지고기 만두인 샤오룽바오는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다. 육즙에 입천장이 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국물과 같이 후루룩하고 한입에 먹었다. 상하이식이라는 떡볶이는 우리나라 궁중떡볶이와 비슷하다. 맵지 않아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해산물 볶음면은 기름지지만 맛이 있다. 각 지방에서 먹는 음식을 하나하나 맛볼 수 있어서 좋다. 하버시티 내. 오전 11시∼오후 11시. 2622-2699.


서양 이국적 분위기 '만끽'

△홍콩에서 만난 스페인 '미자스(Mijas)'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스페인 요리를 '미자스'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오징어 먹물 파스타.

홍콩섬 남부에 위치한 스탠리 마켓은 서양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관광명소이다. 해변을 따라 유럽풍의 예쁜 카페, 바와 특산물 그림 옷 관광기념품을 파는 동대문시장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홍콩에 왔으니 한 끼 식사쯤은 오리지널 서양식으로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국내에도 흔하지만 스페인 레스토랑은 찾아보기 힘들다. 스페인식으로 한번 해보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먼저 스페인 음식을 에피타이저로 즐길 수 있다.

스페인 하면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하몽. 하몽은 소금에 절인 돼지 다리를 잘게 썰었다. 하몽 위에 스페인 버진 올리브유를 뿌리고 싱싱한 토마토를 곁들이면 마음은 홍콩을 찍고 스페인으로 날아간다. 멸치로 만든 엔초비 샐러드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짜지도 않게 잘 만들었다. 한번 빠지면 자꾸 생각이 난다. 올리브 열매도 맥주 안주로는 그만이다. 연어도 훈제가 잘 되어 있다. 이게 다 전채요리란다. 메인 요리로 오징어먹물파스타를 시켰다. 면에다 오징어 먹물을 입혀서 만든 게 특이했다. 가격 대비해 상당히 괜찮다. 스테이크나 닭 요리도 좋다. 뛰어난 스페인식 전채에 메인 요리도 훌륭한 가게이다. 스탠리 마켓 머레이 하우스. 낮 12시∼오후 10시 30분 영업. 일인당 2만6천원 가량. 2899-0858.


원하는 와인 시음 마음대로

△원하는 와인을 원하는 만큼 '테이스팅와인바'

'테이스팅와인바'에서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골라서 따르고 있다.

'와인은 파산이다. 사고 싶은 대로 다 사면 망하니까'라는 말이 있다. 2008년에 문을 연 테이스팅와인바(Tastings Wine Bar)는 원하는 와인을 원하는 분량으로 시음하는 이색적인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입장하면 바 카운터에서 먼저 선불카드를 구입한다. 벽면의 대형 서버에서 마시고 싶은 와인 종류를 선택한 뒤 글라스(150㎖), 하프 글라스(75㎖), 테이스팅(25㎖) 버튼을 골라 누르면 된다. 이 와인 서버는 산화를 막는 시스템으로 언제나 신선한 와인 맛을 느낄 수 있단다. 이 곳에서는 자체 보유 200종의 와인 중에서 종류를 계속 바꿔가면서 넣어둔단다. 먹고 싶은 와인을 골라서 필요한 양만큼 먹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여러 종류의 와인 맛을 보기를 원한다면 대만족이다. 사람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한다. 이날 이 곳에서는 테이스팅용으로 3천∼2만5천원까지 가격이 다양했다. 선물용 카드도 판매한다. 아이디어가 기발해서 다들 재미있어 한다. 오후 5∼8시 해피아워에는 스낵류가 무료이다. 오후 5시∼오전 2시 영업. 일요일에는 쉰다. 웰링턴가 센트럴. 2523-6282,


육포의 고기 향·질감 '일품'

△'비첸향' 육포, '허이라우싼' 망고
'비첸향'에서 육포를 부지런히 담고 있다.

홍콩에서 길거리 간식 혹은 안주거리라면 역시나 비첸향(美眞香)의 육포가 최고다. 침사추이 주룽공원 근처를 지나는데 노란색에 빨간 글씨로 쓴 '美眞香'이 눈에 확 띈다. 한국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한글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도 쓰여있다. 일단 사 먹어보자. 손바닥만 한 쇠고기 육포 세 조각이 8천원 가량이니 싼 가격은 아니다. 무슨 맛일까. 맛보라고 조각을 잘라서 주기도 한다. 육포라면 딱딱한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쫀득쫀득해서 먹기에 편하다. 고기의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이다. 양념 맛도 우리 입맛에 맞고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포의 종류도 다양하다. www.bch.hk/v1.

새빨간 간판이 눈에 띄는 체인점인 허이라우싼(許留山)은 신선한 과일을 듬뿍 사용한 디저트가 자랑이다. 망고주스가 맛이 있어서 인기가 최고다. 홍콩에서 가장 성공한 디저트 전문점으로 꼽힌다. 40년 전 냉차 전문점에서 시작해 지금은 망고 전문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현재 홍콩 내에 40개가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매장이나 문전성시라 놀랍다. 망고 주스부터 푸딩, 찹쌀떡까지 다양한 망고 디저트가 있다. 과일이 씹히는 망고 주스가 자꾸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