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와 제테크

환율이 고공비행할 때의 대응법

dunia 2009. 3. 6. 18:45

환율이 고공비행할 때의 대응법
 
 

지난 해 4분기에 한국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5.6%로 떨어졌는데 미국은 마이너스 3.8%로 비교적 선방했다.

대형 금융기관이 줄줄이 넘어가고,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문을 닫느니 마느니 하는 나라의 경제가 훨씬 나았다는 얘기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런데 며칠 전 궁금증이 풀렸다.

미 재무부는 최근 지난 해 공적자금을 넣은 20개 대형은행에 대해 조사를 했더니 4분기에 대출도 잘 해주고 만기가 돼서 돌아온 대출을 다시 연장해주는 등 아주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다고 밝혔다. 리만브라더스가 쓰러질 때만 해도 대부분 은행들이 심각할 정도로 위축됐었는데 11월 이후 대출이 급속도로 회복돼 4분기 전체로는 비교적 괜찮은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한 마디로 요지경 속이다.

기업이나 가계는 돈줄이 말라 애를 태우고 있는데 은행들은 돈을 한국은행에 맡기겠다고 야단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에서 2%로 내리던 날 은행들은 36조원이 넘는 돈 보따리를 싸들고 가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샀다. 올해 들어 거의 매주 나타나는 모습이다.

16일 통안증권을 팔 때도 은행들은 또 돈을 싸들고 달려갔다. 덕분에 한은은 통안증권을 아주 비싸게 팔 수 있었다. 한 달 만기는 1.7%, 석 달 만기는 1.82% 금리로 팔았다.

한은의 입장에선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팔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RP를 싸게 팔았으니 은행들에게 적선을 한 셈이다.

RP란 게 원래 투자목적으로 나온 상품은 아니다. 시중에 돈이 넘치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까 염려해 거둬들이고, 반대로 모자라면 가계나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돈을 푸는데 쓰는 수단이다.

지금 가계나 기업은 돈이 돌지 않아 아우성이니 돈을 더 풀어야지 시중 돈을 끌어들일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한은이 은행에 높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돈을 맡아줬으니 적선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지금 한국은 다시 외화유동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럭저럭 돈을 끌어올 수는 있으니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문제는 턱없이 높은 금리를 줘야 외화를 얻어올 수 있다는 데 있다.

은행들이 저만 살겠다고 돈을 끌어안고 있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나라에 외국인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환율은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갈 듯이 보인다. 외국인들이 지난 주 주식을 팔아 제켰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경제가 어려우니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고금리 상품이 있다면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찾아올 저가매수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 증시가 지난 연말의 저점으로 다시 내려간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이미 가격 면에서 매력적인 종목들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주가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남아 있더라도 금리가 워낙 낮아졌기 때문에 주식의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의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지만 그게 모든 나라의 주가폭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이 계속 풀려 순간적인 유동성 장세의 출현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 주 GM 악재나 동구권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미 알려진 재료다.

지금은 그런 부정적 측면에 몰두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쪽을 바라보는 게 나을 듯하다. 기업부문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기 때문이다.

재무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값이 싸진 종목들을 골라서 투자 적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지금의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67호(09.03.0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