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센터장 "증시 쇼크 지금부터다"
기사입력 2008-05-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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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 이후에는 주식 시장 위기가 한번 더 온다."
이종우 HMC투자증권(현대차I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금융 쇼크가 주식 시장에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다"며 "이제부터 경기 둔화 상태가 증폭되면서 주식 시장은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센터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주식 시장 위기는 정작 다음해인 1998년에 나타났다"며 "외환위기전 800원대 환율이 1998년 초 1600원대까지 치솟자 주식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치며 반등하던 상황과 현재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충격으로 1997년 12월 24일 351.45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지수는 1998년 3월4일 572.76까지 반등했으나 이후 조금씩 하락하면서 6월30일 297.88까지 곤두박질 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올해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0.7% 성장에 그쳤으며 국내총소득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경기둔화 상태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앞으로 최소 3개월간은 이로 인한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3개월 이후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센터장은 "그나마 3개월 후 회복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인 셈"이라며 "4분기에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 우리 증시는 길고 심각한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 초 미국 정부가 금리인하와 재정지원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기 때문에 더이상 정부가 내놓을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우리도 경기가 반짝 회복 된 후 다시 침체되는 '더블딥(double deep) '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여 내년에는 주식 시장이 되살아 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의견이다.
국제유가 충격으로 지난 22일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예견됐던 일"이라며 "지금까지 기초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해 왔기 때문에 유가처럼 외부 충격이 조금만 가해져도 피로감이 한꺼번에 분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장중 1900포인트를 찍은 것이 고점이라고 본다"며 "앞으로 갑자기 급락장세가 연출되지는 않겠지만 완만한 후퇴를 이어가며 1600포인트까지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주식시장을 주도 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IT주에 대해서도 "삼성전자가 55만원일때는 매력적이었지만 70만원이 넘는 지금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에게 추천해 줄 종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직접 투자 보다는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도 지난해 말 주식형 펀드 등 주식 관련 상품은 모두 처분한 상태다.
이 센터장은 "길게 보면 7여년간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이어왔는데 조정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상승장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지금 조정기라며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지금은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며 주식시장이 되살아나는 사이클을 기다릴 때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