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 장관의 성장우선론과 이 성태 한은 총재의 물가안정론이 부딪치고 있다. 강 장관이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주된 근거는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미국 기준금리 간의 격차가 2.75%포인트나 되어 원화환율의 절상을 자극하고 기업들에게 높은 금리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강 장관의 주장이 물가를 먼저 안정시키라고 하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시점에서 이처럼 금리인하를 주장을 하는 것이 슬기로운 것인지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경제성장은 경기순환적인 요인 만에 의해서도 매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가는 일단 오르기 시작하면 “앞으로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낳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인플레 기대심리는, 어떤 중앙은행 총재가 말했듯이, 일단 생겨나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그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치약에 비유했다. 일단 치약 통에서 치약을 짜내면 그것을 다시 치약 통에 넣을 수 없듯이 인플레 기대심리도 한번 생기면 없애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금년에는 좀 낮아도 내년에는 여건이 좋아지면 높아질 수도 있고 그렇게 변해도 경제체질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그러나 인플레 기대심리가 일단 높아지면 위에서 보았듯이 인플레는 단기간에 쉽게 없애기가 어렵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2년 앞의 인플레 가능성을 내다보고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즉 앞으로 2년 후에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금리를 올리는 중앙은행이 많은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지금 금리를 내리자는 것은 재경부가 세워놓은 성장목표 6%를 달성할 가능성을 좀 더 높이자는 단견(短見)에 불과하다. 금리인하의 후유증으로 나타날 인플레 기대심리 특히 현재 여러 가지 규제로 억눌려 있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잠재성장률 등에 미칠 나쁜 영향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6%라는 경제성장률은 금년에 달성해야할 목표이고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앞으로 몇 년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장관직을 금년 한 해만 하게 될지 아니면 더 오래 하게 될지를 모르는 강 장관에게는 금년 한 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강 장관이 물러난 후에도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해야 하고, 우리 국민의 생활수준도 계속 향상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우리 경제가 영원히 성장해 가야 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설사 금년도의 경제성장률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이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그 길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것보다는, 강 장관의 장관직 생명을 단축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길로 가는 것이 더 옳다고 할 수 있다.
금리인하론이 기획재정부에서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금리를 내림으로써 내수가 살아나고 그 결과로 부동산 등의 가격도 오를 기미를 보이면, 공무원들이 감시 등 몸으로 때워야 할 일이 많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부기구의 축소, 공무원 수의 감축과 같은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래저래 지금의 상황에서는 강 장관과 기획재정부는 금리인하를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은 좋지 못한 효과를 보일 때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0년 초 김대중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리인하 주장을 지지하여 부동산 거품을 초래하게 된 단초를 제공한 일이다. 그 후 부동산과 관련된 규제의 지속적 강화로 지금까지 그 후유증인 저성장과 고실업 때문에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음은 주지되는 일이다.
자기가 차관으로 있었을 때 저질렀던 어리석음을 이제 다시 범하자고 한다면 강 장관은 정말로 지혜는 없고 욕심만 많은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금 물가를 안정시키려 해도 해외물가가 원래 높이 오르기 때문에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가능한 한 안정시키는 데 성공하게 되면, 세계경기가 다시 회복되는 때부터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날개를 다는 것이 된다. 1970년대의 일본이 석유파동 때 물가를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성공한 결과로, 그들은 제2의 고성장을 구가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임기동안에 747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제1관문이라고 할 것이다. 이 관문의 통과에 실패하면 우리 경제는 한동안 인플레와 약화된 국제경쟁력으로 크게 시달리게 될 것이다.
시각(視覺)을 달리해서 최근 우리나라 환율이 절하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미 달러화가 세계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통화에 대해서만은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 경제가 IMF 외환위기를 맞은 직후와 비슷하다는 느낌까지 드는 상황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경상수지 적자, 해외자금의 배당송금 등을 제시하는 주장도 있으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규모 자체가 제한된 것이므로 크게 문제 삼을 일이 못된다. 문제는 이런 주장으로는 지금의 환율이 절하되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약, 어떤 전문가의 주장대로, 환율절하 경향이 중국, 인도 등에 투자한 펀드들의 투자손실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그 심각성은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해외투자펀드의 실패가 우리 금융 산업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화환율의 절하 원인을 분명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환율절하를 부채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불확실한 요소까지 생각한다면 경제운영은 안정적인 방향으로 운영해서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게 (적어도 실질금리가 보장되는 수준) 유지하면서 환율은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 전략보다 더 좋은 경제운영 전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지금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정책방향은 안정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처지는 파도가 요동치는 폭풍우에 휘말린 배와 같다. 이런 경우에는 키를 단단히 잡고 폭풍우가 부는 대로 따라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폭풍우에 거스르는 방향으로 배를 운행하려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강 장관의 금리인하론이 어리석다고 보는 것이다.
[출처] 퍼옴)강 장관의 어리석은 금리인하론 (아름다운 집 행복한 사람들) |작성자 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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