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독서 골든벨'우승 해운대여중 박령지양
"동화부터 고전까지 영어책 끼고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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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영어예요.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영어로 된 책을 읽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아요. 팝송을 즐겨 듣거나 외화를 자막 없이 보기도 하고요. 어쨌든 영어는 저의 좋은 친구예요. 앞으로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요."
해운대여중 박령지양은 똘똘하고 당찬 이미지를 풍겼다. 2권의 정해진 영어책을 읽고 책에 대한 문제의 답을 맞히는 방식의 '영어독서 골든벨'에서도 그런 자신감이 우승의 길을 열어 주었을 것이다.
교육청의 지정 도서는 'The table, the ass and the stick(탁자, 당나귀 그리고 막대기)', 'Favorite, asian folktales(가장 좋아하는 아시아 설화)' 등 2권으로, 지난 9월 초 해운대지역 중학교에 배포됐다. 박양은 일단 재미 위주로 스토리를 파악하고, 두세 번 읽으면서 주요 키워드를 체크해 나갔다. 전체 내용을 영문으로 요약해 정리하기도 하고, 출제 예상문제도 몇 개 뽑았다. 그렇게 책 한 권을 대략 5∼6회씩 읽었다. 교내 대회에서는 박양을 포함해 3명의 동점자가 나왔다. 담당 영어부장 교사는 "몇 차례 재시험을 쳤는데도 아이들이 모두 동점을 받는 바람에 결국 서로 합의해서 학교대표를 뽑아보라고 했더니, 령지가 제일 자신있게 의사를 밝혀 다른 아이들이 양보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교육청 왕중왕전에 출전한 박양은 침착하게 모든 문제를 맞춰 골든벨을 울렸다.
박양은 평소에도 영어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 때는 '신데렐라', '피터팬' 같은 영어 명작동화를 많이 봤고,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폭을 넓혀 '제인에어', '크리스마스 캐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고전 명작들을 섭렵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같은 신작 베스트셀러들도 틈틈이 읽고 있다. 서점에서 직접 구입한 책들도 있지만 학교 도서관이나 인근 공공도서관(해운대도서관)에서 빌려 본 영어책들이 더 많다. 박양은 "집에 갖고 있는 영어책은 20권 남짓밖에 안될 텐데 실제로 제가 지금까지 읽은 건 50∼60권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그다지 많은 독서량이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박양은 남들보다 늦은 초등 2학년 때 알파벳이란 걸 처음 알게 됐을 정도로 영어를 뒤늦게 배운 경우다.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을 자주 돌려보던 박양은 부모님의 권유로 원어민 강사가 수업하는 학원에 첫발을 들여놓게 됐다. "거기서 알파벳부터 정식으로 영어를 배웠어요. 원어민 선생님과의 수업은 딱딱한 공부라기보다는 재밌는 놀이 같아서 거의 안 빼먹고 학원에 갔어요. 점점 원어민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제가 대화할 수 있는 말들도 늘어나서 영어를 배우는 게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요. 초등 5학년까지 3년 반 정도 다녔는데 거기서 영어책들도 처음 접했지요." 박양이 말했다.
영어책을 볼 때는 공부한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즐겁고 재미있는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눈길 가는 책을 골라들면 일단 한 번 쭉 읽어내려 가는 게 시작이다. 모르는 단어가 곳곳에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문맥 속에서 의미를 유추해내고, 전반적인 문장이나 문맥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 찬찬히 읽어본다. 읽다 보면 자연히 키워드(keyword)가 눈에 띄고, 이를 통해 문맥의 의미나 스토리 전개를 파악하기도 한다. 한 번 읽는 것으로는 완벽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서너 번은 다시 읽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맨 처음 읽었던 영어동화 '신데렐라'는 너무 자주 읽어서 이제 꽤나 낡아버렸다.
그렇다면 영어책을 꾸준히 읽는 것이 영어공부와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박양은 영어책을 읽는 것도 한글책을 읽는 것처럼 '그냥 독서'라고 정의한다. 정확한 단어 뜻을 모르지만 문장과 문맥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을 찾아내 결국 책에서 지식을 얻고, 감동을 느끼는 그 자체가 뿌듯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책을 한두 권씩 읽어 나가면서 영문 독해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
중·고교 교과과정에서 영어는 독해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인 문법 파악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학교수업이나 시험에서 적어도 독해 부분은 생소한 내용이라도 겁내지 않고 덤벼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영어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책을 통해 더 커졌다. 지금은 영어책뿐만 아니라 영자신문과 영문잡지도 매일 아침 한 꼭지 정도는 읽어보고, 영어 방송을 틀어놓거나 팝송을 즐겨 듣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영어와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영어의 기초를 잡아주는 문법과 단어 공부도 빠트리지 않는다.
박양은 의외로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은 없단다. "저에게 영어공부는 지금은 그저 재밌는 공부예요. 외고에 가면 아무래도 스트레스와 압박감 속에 영어를 공부해야 할 거 아니에요. 전 그냥 지금처럼 재밌게 영어를 공부하고 다른 과목들도 두루두루 잘하고 싶어요." 박양의 '신나는 영어공부'는 계속될 것 같다. 김경희 기자 edu@ busanilbo.com 사진=강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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