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목이라면 폭락장도 두렵지 않다"
최근 급락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일부 코스닥 종목을 과감히 사들였다. 보유 주식들을 내다파느라고 시장이 정신없을 때, 한쪽에서는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들을 조용히 쓸어담았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지수가 급락세가 시작됐던 지난 3일이후 디지텍시스템스와 이노칩테크놀로지, 한국전자금융, 포휴먼, 푸른기술 등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되려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락장에서 집중 매집해 보유 지분율이 처음 5%를 넘은 종목이 나왔는가하면 매수 고삐를 바짝 조이며 한단계 지분율을 높인 종목도 눈에띈다.
내재가치가 뒷받침되는 종목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워렌버핏식 역발상 투자의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의 투자 대가 워렌버핏은 주가지수가 흔들려도 꿈쩍않고 내재가치보다 현격히 떨어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종목은 다양한 매력으로 외국인과 기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실적개선형〓최근 싱가포르투자청은 지난 6일까지 디지텍시스템스 주식 72만2058주를 매입해 지분율 5.31%를 확보했다고 처음 공시했다.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해 1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대비 50% 실적개선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실적개선은 올해 더욱 가속도가 붙을 조짐이다. 싱가포르투자청도 이 점을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측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며 "높은 실적개선폭이 급락장에서 싱가포르투자청의 매수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주의 헌터홀자산투자운용이 지난달말과 지난 4일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포휴먼(18,700원
1,100 +6.3%)도 같은 맥락이다. 헌터홀은 최근 포휴먼 보유 지분율이 9.32%(155만주)에 달한다고 최초 공시했다.
포휴먼측은 "올해부터 중국에 매연저감장치를 본격 공급해 매연저감장치 부문서만 지난해의 5배규모인 1000억원대 매출이 기대된다"며 "전 사업부문의 호조로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4배수준인 400억원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현격한 저평가' 자산주형〓넥서스벤처투자는 이노칩(5,900원
50 -0.8%)테크놀로지를 지난 2월말부터 지난 10일까지 꾸준히 매수해 20만6552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보유 지분율은 6.38%에서 8.36%로 껑충 뛰었다. 넥서스벤처투자가 이노칩을 주목한 배경은 높은 자산가치가 크게 작용했다.
이노칩 관계자는 "회사 소유 건물 및 토지 200억원, 현금자산 200억원, 기계장치 200억원, 자사주 100억원 등 영업가치를 빼고도 700억원대 자산가치가 있다"며 "반면 시가총액은 현재 600억원정도로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나홀로 우뚝' 독점적 기업형〓버진아일랜드 국적인 아리사이그 코리아펀드가 지난 3일과 4일 집중 매수(5만561주)한 한국전자금융(56,000원 0 0.0%)은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이 주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자동입출금기(ATM) 관리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70%)다. 현금인출기 관리분야에서도 경쟁업체와 1위를 다투고 있다.
회사측은 "ATM 관리사업은 신규업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사업 성격상 관리업체를 쉽게 바꿀 수 없다"며 "그만큼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데 아리그사그펀드도 이 점을 주목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계 아이론바운드 캐피탈도 지난달말 푸른기술(9,420원
650 +7.4%) 주식을 추가 매집해 보유지분율을 6.16%(24만주)로 높였다고 공시했다. 수표입출금기와 지폐인식기 전문제조업체인 푸른기술은 기술력으로는 남부럽지 않다. 지난해 1만원권이하 새화폐가 나오면서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렸다. 내년 10만원권과 5만원권 새화폐가 나오면 또다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새 화폐가 나올 때마다 금융기관의 자동화기기를 대폭 교체해야 하는데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어 외국 투자자의 눈길을 끈 것 같다"며 "올 하반기는 해외 수출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