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인고기 귀하게 먹기.....
바다낚시인들은 '감성돔' '참돔' '돌돔' '벵에돔'을 4대 돔이라 부른다.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4대 돔은 미식가들 역시 횟거리로는 최고급으로 치는 어종들이고, 특히 벵에돔 같은 경우는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낚시꾼들이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어종이다.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낚시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와~ 자연산 회 많이 먹겠네요"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낚시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 자신이 낚은 고기를 맛나게 먹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오늘은 낚시터에서 낚은 고기를 맛나게 먹는 방법을 알아보자. 비록 일류 요리사는 아닐지라도 낚시인들만의 특별한 요리법 몇가지를 소개한다.
낚시터에 가면 많은 분들이 돔 종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바다에 던져버리는 어종이 많다. 하지만 이런 '잡어'들도 집에 가져와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어느 누구도 맛 볼 수 없는 일품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가 있다.
동해남부나 남해동부에서 흔하게 낚이는 쥐노래미('게르치'라는 방언으로 더 많이 불림)는 회 맛도 일품이지만 미역국을 끓여 먹으면 지금까지 먹어 왔던 미역국 맛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흔히 '술뱅이'라고 불리는 용치놀래기는 생긴 것도 이상하고 끈적거리는 체액 때문에 천대받는 어종이지만, 막상 회를 쳐 놓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겨울철이면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학꽁치가 훌륭한 횟거리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뱃속의 까만 점막을 없앤 뒤 적당한 크기로 잘라 튀김가루를 입혀 튀김으로 만들어 먹으면 아이들 간식거리로도 좋다.
망상어는 살이 물러 횟거리나 찌개용으로도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꼬들꼬들할 정도로 말린 뒤 조림이나 구이로 먹으면 맛이 있다. 모든 어종은 날로 요리를 해먹는 법과 냉동 상태로 먹는 법, 그리고 건조 상태로 만들어 먹는 법이 있지만, 별로 맛있을 것 같지 않은 고기들은 약간 꼬들꼬들할 정도까지 말려서 구워 먹거나 찌개로 먹으면 새로운 맛이 난다.
가장 귀하다는'돔' 종류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역시 싱싱한 회로 먹는 것이다. 낚시인들이 즐겨 먹는 맛난 요리법을 소개한다. 일본말로 '유비키'라고 불리는 요리법이 있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껍질 살짝구이 회' 정도가 어울릴 것 같다.
대부분 어종은 회를 뜰 때 껍질을 벗겨내는 경우가 많지만, 돔 종류는 껍질로 요리를 하면 독특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 돌돔 껍질 요리는 일식집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감성돔과 벵에돔은 일류 요리집에 가도 맛보기가 어렵다. 감성돔과 벵에돔을 '유비키'로 만들어 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비늘을 쳐내고 양면 모두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포를 뜬다. 마른 수건으로 눌러 물기를 없앤 뒤 토치램프로 껍질 부분을 살짝 굽거나, 토치램프가 없다면 후라이팬을 달구어 껍질이 오그라들 정로로 살짝 구워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선포를 얼음물에 잠시 담궈 두었다가 회를 썰어 먹으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야릇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조금은 색다른 '볼락 반건조 찜' 요리법도 있다. '볼락 반건조 찜'은 도시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고 부둣가 식당에서나 가끔 맛 볼 수 있는 요리다. 하지만 특별한 양념도 필요 없고 고춧가루만 있으면 되므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먼저 볼락을 절반으로 갈라 내장을 빼낸 다음 깨끗하게 손질한 뒤 굵은 소금을 뿌리거나 소금물에 2~3시간 담가 간을 한다. 이것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이틀 정도 말리면 꼬들꼬들한 반건조 상태가 된다. 이렇게 반건조된 볼락을 찜솥에 넣고 고기 위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뒤 수증기를 이용해서 찌면 완성된다.
집에서 이 요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이 반건조 과정인데, 낚싯줄을 사용하면 편하게 건조시킬 수 있다. 낚싯줄을 묶은 옷핀이나 낚싯바늘을 꿰미를 꿰듯 볼락 입술 부분에 관통시켜 베란다 같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 말리면 된다. 반건조 찜은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한 고소함과 향긋한 바다내음이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생선요리는 매운탕이다. 낚시로 갓 잡아온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일 때는 꼭 내장을 넣고 끓이라고 권하고 싶다. 장만하기가 조금 귀찮기는 하겠지만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매운탕에 넣을 내장을 장만할 때는 소화가 덜된 찌꺼기와 쓸개만 제거하면 모든 부위를 그냥 사용해도 된다. 매운탕의 시원한 맛과 내장의 구수하고 걸쭉한 맛을 더불어 즐길 수 있다.
위에 설명한 내용들은 그동안 낚시를 다니면서 갯바위나 민박집에서 직접 먹어 보고 만들어 본 낚시인들만의 요리법이다. 정통 요리법은 아닐지라도 낚시인만이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맛을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낚시란 손맛 눈맛 입맛이라는 삼대 묘미가 겹쳐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다. 낚는 재미도 좋지만 맛나게 먹어 주는 것도 물고기들에게 대한 예의라고 하면 독자 여러분께서 웃으시려나? 월간 바다낚시 & 씨루어 편집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