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은행원 박혜정 “부자들만 아는 은행사용법을 밝힙니다”
전직 은행원 박혜정 “부자들만 아는 은행사용법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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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재테크의 기본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재테크가 이루어지는 곳은 어딜까. 주식? 펀드? 모든 재테크는 은행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행 통장으로 월급을 받아 적금을 들고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며 돈을 모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재테크의 기본이 되는 은행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은행에서 일하기 전까지 박혜정씨(30)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은행을 그냥 다니기만 해요. 왜 은행을 이용해야 하는지, 은행을 이용하면 무엇이 좋은지 생각하지 않아요. 저 역시 은행에 들어오고 나서야 은행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걸 알았어요. 은행은 돈을 입금하고 출금하기 위해 들르는 곳일 뿐이지 무언가를 얻어갈 곳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은행원 언니가 말해주는 금리로 적금에 가입하고, 유학을 하면서 송금도 많이 받고, 환전도 자주 했지만 정해진 환율대로 따랐죠. 은행원이 되고 난 뒤에 알았어요. 은행 거래의 고수가 있다는걸요.”
그녀가 말한 은행 거래의 고수는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은행을 이용하고 혜택을 얻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금리를 조정해서 이자를 남들보다 더 가져가고 남들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자신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는다. 은행으로부터 상품에 관한 여러 정보와 조언을 얻어 기회를 확보한 후 저축하고 투자한다. 은행을 그냥 다니기만 하는 사람들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고 이익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은행에서 일하며 확신하게 된 것이 은행 거래에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 요령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똑같은 돈을 저축하더라도 결과에는 차이가 날 수 있어요. 은행 거래의 고수들 중에는 부자들이 많아요. 대출을 비롯한 은행 거래의 많은 부분이 돈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꼭 부자여야만 숨겨진 은행의 혜택을 얻어가는 건 아니에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든 은행 거래의 고수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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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흥정하라 그렇다면 은행 거래의 고수가 되는 첫 번째 방법은 무엇일까. 그녀는 은행과 협상하라고 말한다. 협상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금리이다.
“많은 분들이 예금이나 적금 금리는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계세요. 하지만 금리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고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물론 많은 돈을 예치하는 고객이 금리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협상 능력만 좋아도 얼마든지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요.”
은행에서 근무하며 겪어보니 적금에 드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금리 문의 없이 혹은 금리를 묻기만 하고 은행원이 만들어주는 대로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고객들이 ‘금리는 얼마인가요?’라고 묻는다면 고수들은 ‘금리는 얼마까지 해줄 수 있나요?’라고 물으세요.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듯 은행에서도 금리를 흥정하세요. 은행도 상품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물론 금리가 높아지면 윗분들의 상의를 거쳐야 하기도 하고 본부에서 승인해야 줄 수 있는 승인 금리도 있지만 직급이 낮은 행원에게도 어느 정도 우대금리를 줄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은행에서 적금이나 예금에 가입할 때, 우선 기본 금리를 물어보고 금리를 ‘졸라’보세요. 요구하는 자만이 받을 수 있어요.”
신용대출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입장이지만 무조건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다.
“은행에서 고객들을 기다리다 보면 입구에서부터 ‘아, 저분은 대출받으러 오신 분이구나’를 알 정도예요. 서민들은 적은 돈을 빌리면서도 감사하게 받아가고, 부자들은 많은 돈을 빌리면서도 금리를 깎아요. 대출 고객은 대출신청서를 통해 자신의 모든 정보를 낱낱이 은행에 공개하지만 은행원은 대출금리나 대출한도에 대해 고객에게 쉽게 정보를 주지 않죠. ‘주는 대로 감사하게 받겠습니다’는 저자세는 은행과의 주도권 싸움에 결정적인 패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사실 대출한도와 신용도는 움직일 수 없는 한도가 있다. 대출금액은 힘들지만 금리는 깎을 수 있다. 신용도가 높다면 당당하게 요구하고 신용도가 낮더라도 자신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것. 은행에서 협상은 필수다.
은행원과 친구가 돼라 은행원과 친해지는 것도 은행 거래의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다. 재테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작심하고 은행원과 친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사회생활이 그렇듯이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은행원과 친해지면 콩고물이 떨어질 수 있어요. 적금 금리를 더 얻어간다거나 환율 우대를 받을 수도 있고 통장지갑이나 수첩 등 사은품도 생기죠. 재테크 상품이나 금리 동향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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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펀드가 수익률이 좋은지, 예금과 적금 금리 동향은 어떤지, 새로 나온 좋은 상품은 없는지 등 잘만 하면 은행원을 개인 재테크 컨설턴트로 만들 수도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창구에 앉았을 때 기분 좋은 인사, 미소 한 번,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람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어딜 가나 똑같다. 은행원으로서 많은 고객들을 만나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
“은행에 오실 때마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시던 고객이 계셨어요. 작지만 기분 좋은 선물에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죠. 제 수첩에 그 고객의 이름을 적어놓고 가끔 계좌 상황을 조회해보며 그분께 도움이 될 만한 상품이나 조언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오실 때마다 사은품도 챙겨드리게 됐고요. 당연히 은행에서 고객이 왕이고 은행원은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지만 고객이 조금만 움직여준다면 서비스는 그 배 이상이 될 거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은행원과 친해지면 은행 가는 것도 더 편해지고 생각지도 못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은행원과 친해져서 손해 볼 건 없답니다.”
은행에도 깜짝 세일이 있다. 은행도 돈이 필요하면 금리 마진을 깎아 높은 금리를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특판 금리 상품을 제공한다. 가끔 은행을 지날 때 ‘특판 금리 00% 지급!’이나 ‘1년 예금 00%’라고 적힌 현수막이나 광고 포스터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특판 금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법이다. 하지만 특판 예금은 언제 나올지 모르고 짧은 기간 모집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 신문이나 재테크 정보 사이트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은행원과 친해지면 이러한 특판 금리나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착하고 얌전한 고객보다 깐깐하게 요구하는 고객이 돼라 그녀가 말하는 은행 거래 요령은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다. 그녀의 책 「서민들만 모르는 은행의 사생활」에는 은행에서 말해주지 않았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제 서른, 그녀가 남들보다 빨리 재테크에 눈을 뜨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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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중국 유학을 택한 그녀는 북경대 경제학부 금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IBK 기업은행에 입사했다. 실전에서 돈을 느껴보고 깨닫자는 생각이었다. 은행에서 수신과 가계대출, 외환, 기업대출 업무 등을 두루 경험하며 그녀가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 바로 빚으로 인해 그녀의 가족이 겪었던 힘든 상황이 단순히 IMF라는 사회적 상황이나 무분별한 소비습관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은행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진 대출 형태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은행에 ‘다니기만’했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은행에서 일하며 알게 된 은행 거래 요령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대학교 때부터 자주 들여다보았던 인터넷 재테크 카페가 있어 ‘3년 차 은행원이 까발리는 은행의 비밀’이라는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라면 더 많이 알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까지 출간하게 됐다. 사실 그녀의 글 중에 정말로 ‘까발릴 만한 은행의 기밀’ 같은 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은행에서 ‘일부 고객들만 알고 그들만 챙겨가는 것들’ 혹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은행 거래의 비밀’이 맞을 것이다. 이런 비밀이라도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은행에서 일하며 대출업무를 맡다 보니 우리 가족이 경험했던 것을 똑같이 겪고 계신 분들을 목격하게 됐어요. 고객의 대출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많은 돈을 대출해주고 금리를 올리는 은행의 대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자들에게는 거의 ‘노마진’으로 대출을 해주면서 소액대출을 하는 서민들에게는 10%가 넘는 금리를 붙여요. 이분들은 정말 1, 2만원이 아쉬운 분들인데 말이죠. 이제까지 수동적으로 은행에 다니셨다면 이제부턴 적극적으로 활용하세요.
착하고 얌전한 고객보다 깐깐하고 요구하는 고객이 더 많이 얻어 갈 수 있습니다. 건강상식과 금융상식은 이제 인생을 사는 데 필수 정보가 됐어요. 간혹 ‘난 평범하게 살 거니까 그런 것까지 몰라도 돼’라고 하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려요. 평범하게 살려면 이제 알아야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