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잇는 음식....

가덕도 맛집 탐방

dunia 2009. 10. 29. 18:37

섬이 달라졌다고 맛도 달라지나요?
가덕도 맛집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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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가 깜박깜박 눈을 떴다가 감았다. 깜박거림 속에서 부서지는 포말과 단아한 단풍 풍경, 그리고 신항만의 골리앗 크레인과 시멘트 부두가 왔다 갔다 했다. 가덕도는 지금 상전벽해 중이었다. 배를 타고 들어갔으나 지금은 자동차를 타고 들어간다. 신항만이 들어서면서 섬이 육지로 변한 것이다. 몸을 뒤틀고 있는 가덕도. 보기에 애처로웠다. 장항마을은 없어졌고, 마을 앞의 조그마한 섬도 육지와 잇닿아졌다. 천성마을에서 보니 섬과 섬을 잇는 거가대교의 첨탑이 한창 솟아오르고 있었다. 대항마을의 한 아주머니는 "차들이 들어와서 시끄러워 잠을 못 잔다. 길을 넓혀줘야 할 것 아니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갈등하면서 가덕도 맛집을 소개한다.


· 왕바지

1 왕바지의 '해물백숙'
이름이 특이하다. 대항마을 동쪽마을을 대항새바지라고 한다. 동풍, 샛바람을 맞는 곳이라고 새바지다. 이름 멋있다. 이 마을의 해안 끝에 '왕바지' 집이 있다. 주인 구문자(50)씨는 매일 물에 들어간다. 수족관을 보니 자연산 돌담치가 한가득이다. 주먹 크기만 하다. '몇년 자라야 이 정도 크기가 되나?' 눈은 휘둥그레 지고 침은 꼴깍 넘어간다. "금방 돌담치 뚝배기 정식을 먹고 손님들이 한 차례 다녀갔어요." 그 옆의 석화도 먹음직스럽다. 이른바 '벚굴', 그 포만한 살점의 식감이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집 음식은 구문자씨가 직접 생산하는 것들이자, 가덕 바다와 땅이 내는 것들이다.

우리는 미리 '해물백숙'이라는 것을 주문했다. 해물과 백숙의 희한한 조화다. 가덕도 답다. 바다 냄새가 짙다. 닭이 어찌 그리 큰지. "집 뒤뜰에서 직접 키우는 토종 닭이에요. 2월 말에 병아리 600마리를 풀어요. 지금은 몇 마리 남지 않았어요." 토종 닭에 낙지와 새우, 각 네 마리가 빛깔좋게 어우러졌다. 그림이 좋다. 닭은 씹을수록 토종의 구수한 맛이 우러나는 맛이었다. 낙지의 맛은 절대적인 완성품에 가까웠다. 백숙 죽을 끓여내왔는데 이게 또한 일품이었다. 감자 잔파 당근 녹두 깨…, 온갖 게 들어 있다. 해물백숙 6만원, 일반백숙 4만원. 염소도 키우고 있다. 가족이나 곗꾼들끼리 어울려 1박을 하면서 다음날 아침까지 먹고 갈 수 있다고. 중(65만원, 15명) 대(75만원, 20명). 새바지 마을 입구에서 차를 대놓고 5분쯤 걸어들어가야 한다. 바다정식 1인 7천원, 뚝배기 정식 5만원 한 상. 오전 8시~오후 8시 영업. 051-971-5477.


· 병천아우내순대국밥

2 병천아우내순대국밥의 '순대국밥'
참 뜻밖이다. 가덕도에 순대국밥집이 있다. 충남 병천의 '병천아우내순대'라고 하면 거의 일반명사에 가깝다. 그런데 가덕도에 "병천아우내순대국밥' 집이 있는 것이다. 섞어국밥이 나왔다. 부연 국물은 끈적끈적 입에 들러붙을 정도로 진하고, 순대의 맛은 국물과 혼연일체 부드럽다. 평일 낮 12시 45분, 섬의 한 마을 식당에 열대여섯 명의 손님이 들끓는 이유를 알겠다. 역시 주방에서 일하는 주인 아주머니 손자영씨가 병천국밥 집안 출신이다. 3년 전 작고한 손씨의 친정어머니(신순자 할머니)는 병천국밥의 원조다. 그녀의 어머니는 병천아우내 장터에서 40여 년간 국밥을 끓였다. 병천에서는 지금도 대를 이어 손씨집 8남매 중 오빠 셋이 알아주는 국밥집(박순자아우내순대가 그 중 하나다)을 하고 있다.

"돼지고기의 노린내를 잡는 게 관건이에요. 우리 집 전통의 양념이 들어가지요. 육수는 돼지사골과 머리통을 넣어 24시간 푹 끓여내지요. 국밥에는 돼지머리 고기를 주로 쓰면서 다른 부위를 섞어요."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순대의 맛은 괜찮다. 문을 연지는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40여 년 전통이 느껴지는 맛이다. 주인아저씨 이용일(52)씨는 가덕도 본토박이다. 반찬도 깔끔하다. 순대·돼지·섞어 국밥 각 5천원, 순대 1만원, 모듬순대전골 2만원. 천성마을에 있다. 오전 9시~오후 9시 영업. 051-971-7578.


· 장춘반점

3 장춘반점의 '자장면'
가덕도에는 중국집이 단 2곳이다. 섬 전체를 둘로 나눠 섬 위쪽의 예닐곱 마을에 오토바이로 10분 이상 걸려서도 자장면과 탕수육을 배달하는 집이 '장춘반점'이다. 이곳은 자장면이 맛있는 집이다. "이제껏 먹어본 자장면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라고 눙치는 이도 가끔 있다. 면발은 쫄깃하고 자장은 구수하다. '장춘반점'이라는 촌스런 이름은 60~70년대(혹은 옌볜) 풍이다. 그 시절에는 자장면이 무조건 맛있었다. 그 '무조건' 같은 맛이 나는 자장면이다. 아직 가덕도에는 옛 생각이 아련해지는 골목과 마을이 있다. 가덕도의 아련한 그 정서가 품은 자장면이라고 할까.

자장면은 반죽이 중요하다. 주인 모성호(52)씨는 아침 7시쯤에 반죽을 해놓는다고 간단히 말했다. 고향 밀양에서 중국집 음식 기술을 익혔고, 가덕도에 들어오기 전에는 괴정에서 18년간 중국집을 했다. "등산객들은 안 와요. 자기들 먹을 것은 다 싸 와요. 낚시꾼들이 좀 올까." 주민들도 잘 안온다고 한다. 맛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80% 이상이 배달이다. 그래서 그의 오토바이는 끼니 때마다 불이 난다. 천가동 주민자치센터와 파출소가 있는 광장에 있다. 이곳은 성북마을. 웬만한 중국집 메뉴는 다 있다. 자장면 3천500원. 오전 11시~오후 8시 30분 영업. 051-972-2250.


· 밥맛나는집

4 밥맛나는집의 '정식'
가덕도에는 지금 거가대교 공사가 한창이다. '밥맛나는집'은 거가대교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밥을 먹는 이른바 '함바집'이다. 4년 된 집이다. 낮 12시 20분께 건설현장 인부들이 식판에 밥을 떠와서 먹고 있다. 가덕도까지 와서 식판으로 밥을 먹기에는 그렇다. 가덕도 본토박이인 주인 전기탁(54)씨는 "다른 상차림도 있다"고 했다. 식판은 쌀밥, 재첩국과, 세 가지 반찬으로 단출하지만, 다른 상차림은 반찬만 10여 가지다. 마늘지 깻잎 김무침 가지무침 숙주나물 쥐고기무침 등에다가 흑 깻묵이란 것도 있다. 확 달라졌다. 주변의 분재 화분들과 빛살 충만한 가덕도의 녹색 풍광이 밥 맛을 돋운다.

"낮 12시 30분 이후에는 주문 하면 다른 상차림을 낼 수 있다"고 주인을 말했다. 식판은 4천원, 다른 상차림은 5천원부터. 주인은 "2주에 1번꼴로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직접 잡아 주문 상을 차리기도 한다"고 했다. 게장 전어회 등을 갖춘 1만원짜리 상차림도 가능. 부산민학회 답사팀이 들렀던 집이라고. 가덕도 들어가면 바로 왼쪽의 선창마을에 있다. 오전 6시~오후 7시 영업. 051-971-6076.


· 대항횟집

5 대항횟집의 '감성돔'
처음 '자연산횟집'(051-971-1548)에 전화를 거니 주인 목소리가 너무 크다. 지금 바다에서 고기를 직접 잡고 있는 중이란다. '한바다횟집'(051-972-6903)에 전화를 거니 오늘은 볼일이 있단다. 그래서 연결된 집이 8년 된 '대항횟집'이었다. 알고보니 가덕도에서 가장 오래된 횟집이다. 제대로 왔다. 가덕도 본토박이인 주인 황광윤(46)씨는 "7~8년간 부산 서울의 호텔 일식 주방에서 일했다"고 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용원공판장에서 회를 10년간 썰었다. 황씨는 "가덕도 회의 특징은 모두 자연산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황씨는 매일 새벽 1.2t의 배를 타고 나가서 가덕도 전체를 다 돌면서 직접 횟감을 잡아온다. 그래서 철 따라 회가 달라지는 것이 이 집의 특징. 지금 가을에는 전어가 맛으로 번쩍거리고, 곧 겨울이 되면 대구 물메기(여기 가덕도 말로 '메거지'라고 했다) 아귀(부산말로는 '아구'다)가 속까지 다 시원하고, 다시 봄이 되면 가덕도 명물 숭어가 제철을 맞는 가운데 봄도다리가 펄쩍 뛰고, 여름에는 홍대가 제맛이다. 집 앞에 마당처럼 가덕 바다가 펼쳐져 있다.

매운탕도 나름 특징이 있다. 황씨는 "술과 함께 넉넉하게 먹으려면 1인 1만5천원으로 잡으면 된다"고 했다. 바다를 바라보면 대항마을 왼쪽 끝집. 오전 10시~오후 8시 30분 영업. 051-972-9380.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