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잇는 음식....
레드 와인엔 육류… 이유 있는 음식궁합
dunia
2009. 10. 27. 16:43
레드 와인의 폴리페놀 성분…
육류지방 분해시 나오는 유독 물질을 억제시켜
레드 와인에 함유된 철분때문에…
생선과 함께 먹으면 비린 맛
와인 초보자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레드 와인(red wine·적포도주)은 붉은 살코기와, 화이트 와인(white wine·백포도주)은 생선과 함께 마셔라"는 것이다. 레드 와인과 생선을 함께 먹으면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는 이유에서다. 과학자들이 레드 와인과 음식의 궁합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쳤다.일본 와인 제조사인 메르시안의 다무라 다카유키(Takayuki) 박사는 7명의 와인 감별사에게 38종의 레드 와인과 26종의 화이트 와인을 제공했다. 감별사들이 각각의 와인을 가리비와 함께 음미하도록 했다. 가리비는 해산물 중 레드 와인과 함께 먹으면 비린내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험에 사용했다.
예상대로 감별사들은 대부분의 레드 와인에서 비린내가 심하게 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레드 와인에서는 비린 맛이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각각의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을 분석했다.
비린내의 원인은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철분에 있었다. 연구진은 레드 와인 1L당 철분이 2㎎(밀리그램·1000분의 1g)이상 비율로 들어 있을 때는 비린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이하면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가리비를 레드 와인에 적셔 먹는 추가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철분이 왜 비린내를 나게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철분이 가리비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의 분해를 촉진해 역겨운 맛을 내게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철분은 와인의 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아래로 가라앉지도 않아 양조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다.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철분의 양은 포도 재배지의 토양이나 포도 수확, 가공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이 레드 와인에는 철분 함량이 적어 생선과 같이 먹어도 좋다'는 문구가 실릴지도 모른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농업과 식품 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 ▲ “이거 생선이야, 쇠고기야?” 레드 와인이 해산물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은 레드 와인의 철 성분이 해산물과 만나 비린 맛을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육류와는 궁합이 잘 맞다.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육류가 소화될 때 세포에 유독한 물질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AFP
그렇다면 레드 와인이 육류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스라엘 볼카니연구소의 조셉 카너(Kanner) 박사는 지난 6월 '농업과 식품 화학 저널'에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성분이 육류를 먹고 나서 생기는 나쁜 성분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레드 와인이나 과일, 야채에는 항산화 작용으로 암이나 심장질환을 억제하는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실험용 생쥐에 육류와 레드 와인 추출물을 함께 먹이며 폴리페놀이 생체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했다.
실험 결과, 레드 와인 추출물은 육류 지방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두 가지 유독물질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말론다이알데하이드(malondialdehyde)'와 '하이드로페록사이드(hydroperoxide)'다. 두 물질은 세포에 독성을 나타낸다. 레드 와인의 폴리페놀은 두 가지 유독물질이 소화기에서 흡수되는 것도 막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카너 박사는 레드 와인의 폴리페놀이 인체에서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6명의 남성과 4명의 여성에게 한 번은 일반 칠면조 고기와 물을, 다음에는 조리 전후에 폴리페놀을 첨가한 칠면조 고기와 레드 와인을 각각 제공했다. 식사 후엔 실험참가자의 소변과 혈액을 분석했다.
지난 1월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FASEB)'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과 함께 고기를 먹은 경우에는 말론다이알데하이드가 이전보다 4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폴리페놀을 첨가한 고기를 먹었을 때에는 이 성분이 거의 없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음식 궁합에는 과학적 지혜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