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의 살에도 벚꽃이 피었습니다
처음에 도미 초밥이 올랐다. 살짝 구워 갑골문자의 형상을 하고 있는 껍질 아래로 빨간 살과 흰 살이 층층을 이뤄 꽃처럼 피어 있다. 아름다운 이것이 '벚꽃도미', 일본말로 '사쿠라다이'라는 것이다. 온 천지에 벚꽃이 필 무렵 이 도미의 살에도 벚꽃이 피는 것이다. 이른바 계절 맛의 절정과 실체가 도미 초밥에 꽃처럼 피어 있다.
지난 2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일식당 '사까에'(051-749-2248). 이곳에서 마침 계절 감각을 담은 '봄맞이 벚꽃 스시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일본 요리사 긴조 유타카(33) 씨는 이곳에서 2년째 초밥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나이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10대 중반에 요리를 시작해 경력이 자그마치 19년째이며, 일본의 유명한 '긴자 스시 큐베이'를 비롯해 도쿄와 오사카의 유명한 초밥집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19년 경력에서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달라"는 주문에 그는 "요리 수련을 했던 힘든 기억뿐이다"라고 했다. 처음 8년 동안은 매일 14시간씩 일을 했다고 한다.
그는 도미 초밥을 손으로 쥐어 낸 뒤 "모든 음식은 계절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요리의 정수다. 자연이 길러낸 제철 음식이 최고의 음식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아주 단순한 명제다.
그는 "봄철에 초밥에 사용하는 제철 생선으로는 벚꽃도미를 비롯해 쑤기미 게르치 새조개 등이 있다"고 했다.
12년 경력의 이재진(37) 조리계장이 제철 생선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여름철에는 전복 부시리 전어 전갱이 붕장어 장어 돌문어를 쓰는데 전어의 경우는 실상 여름부터 먹을 수 있지요. 가을철에는 등푸른생선이 많이 쓰이는데 그 중 가을고등어가 아주 맛이 좋고 도미 광어도 씁니다. 겨울철에는 방어 왕우럭 피조개 물오징어 등을 쓰지요. 계절 음식의 정수를 뽑는 것이 요리의 핵심이에요."
근래에 들판에 나가도 쑥, 시장을 돌아봐도 쑥, 여기저기서 쑥 타령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쑥이 제철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철 음식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 먹을거리는 비유하자면 제철을 잊은 채 쑥 타령 하나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제철을 맞고 있는 쑤기미 초밥이 올랐다. 쑤기미는 흉측할 정도로 못생겼다. 아귀보다 더 못생겼다. 못생겨도 철이 다 있어 제철의 맛을 낸다.
긴조씨는 "지금 철에 쑤기미 간은 가장 맛있다"며 특이하게 간의 일부를 잘라 쑤기미초밥 위에 올렸다. 초밥 위에 올려진 노란색의 쑤기미 간은 요즘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나무 두릅의 새순처럼도 보였다. 쑤기미초밥은 계절의 상큼하고 신선한 맛을 흠뻑 느껴라며 독특한 향의 차조기잎을 하나 더 품었다. 그래서 밥, 차조기잎, 고추냉이, 쑤기미살, 쑤기미간, 폰즈소스의 6층으로 이뤄진 게 쑤기미 초밥이었다.
새조개는 쫀득쫀득하니 한창 물이 올라 있었다. 부드럽게 오드득하는 소리를 내며 입 속으로 아름다운 봄빛처럼 화사하게 사라졌다.
긴조씨가 빚어내는 초밥에 등푸른생선이 빠질 수 없었다. "청어가 또한 지금 맛있어요. 등푸른생선이지만 광어 못지않게 탄력이 있고 맛나는 지방도 많지요. 제철 생선들의 특징은 저처럼 통통하다는 것이지요(웃음)."
이 계장은 "청어는 손이 아주 많이 간다"고 했다. 서너 줄의 잔가시가 줄을 이뤄 청어의 몸 속을 흐르고 있다. 그것을 일일히 '가시 뽑는 핀셋'으로 뽑아내야 한다. 쑤기미는 더 큰 가시가 몸 속에 줄을 이뤄 박혀 있다. "내놓은 초밥에 가시가 하나라도 박혀 있으면 그날 식사는 공짜"라고 이 계장이 말했다. 아니, 그 집에서 평생을 공짜로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요리사들은 초밥을 쥐어 내면서 손의 감각으로 가시가 있는지 여부를 다 알 수 있다고 한다.
게르치 초밥을 내는 방식도 아주 특이했다. 게르치는 불에 약간 그을렸다. "그러면 껍질과 살 사이에 있는 불포화지방층의 맛을 만끽할 수 있어요." 긴조씨는 게르치 초밥 위에 라임즙을 뿌리고,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프랑스의 게랑그소금을 올려서 냈다. 소금이 바싹거렸다. "당신이 오사카 출신이라니 이게 오사카의 방식인가요?" "아니 이것은 긴조의 스타일이에요." 그가 또 웃겼다.
이 계장이 일본 연수 때 겪은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줬다. "출장 초밥파티에 나가 요리를 했어요. 그런데 그날 제가 오늘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 주실 고마운 분이라면서 주인공처럼 소개를 받았습니다. 공식적인 소개를 한 다음, 또 파티에 참석한 40여명과 모두 개별적으로 악수를 나누면서 인사를 하게 하더라고요. 요리사에 대한 그들의 대접에 놀랐지요."
요리사에 대한 대접은커녕 우리는 음식을 제대로 대접하고 있는가, 제대로 먹고 있는가. 제철 음식이 최고라는 것을 아는 것이 음식의 시작이자 끝이다.
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