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와 제테크

(IMF시즌2 오나)③외인 셀코리아..방심은 금물

dunia 2008. 7. 28. 17:55

(IMF시즌2 오나)③외인 셀코리아..방심은 금물
외국인, 주식에 이어 채권까지 `팔자`
자칫 금융혼란 유발할 수도
`외환보유액 확보하고 체질개선하라` 주문
입력 : 2008.07.26 09:10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외채를 뜯어보면 건실한 편이지만 최근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 원화 할 것 없이 전방위로 셀 코리아에 나섰다는 점에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최근 외국인들의 채권만기가 집중돼 있는 9월에 한바탕 홍역을 치룰 수 있다는 `9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외환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고, 경상수지도 적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금융시장 동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현재로서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적정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경상수지 흑자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 외국인 `셀 코리아`..긴장 감돌아
마켓포인트, 단위 : 억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9일부터 줄기차게 국내 주식 팔자에 나서 23일까지 33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미 최장 기록을 갈아치운 지 오래다. 이 기간동안 누적 순매도 금액은 8조9800억원으로 9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4일 반짝 순매수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25일 다시 순매도로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채권까지 내던지고 있다. 작년부터 국내 채권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꾸준히 순매수를 유지하다 이달들어 순매도로 전환했다. 2006년 12월 713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1년 7개월만에 매도전환한 것이다.

특히 9월에 대한 걱정이 크다. 현대증권 신동준 애널리스트는 "9월 만기도래하는 외국인 채권 규모는 7조8000억원으로 이중 2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9월 만기금액은 6조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역외는 달러를 사고 원화를 파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이 달러 매도개입을 통해 환율안정 의지를 강력하게 나타내고 있지만, 매도개입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오히려 매수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아시아 이머징 마켓발 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베트남 등 일부 이머징 국가의 외환위기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것.
 
10년전 외환위기 때도 태국에서 시작된 불안이 순식간에 아시아 국가들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그때보다 금융시장 개방도도 높아졌고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장벽도 낮아진 만큼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 당국 "시나리오일 뿐..가능성은 고려"

당국은 9월 위기설에 대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22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9월 위기설은 외환 때문에 나오고 있는데 지금 외환이 부족하지 않다"며 "근거없는 위기설은 우리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의 금리재정거래 기대수익을 고려할 때 국내 채권금리의 매력은 아직도 높다"며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국은 가능성을 어느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외국계 은행의 손비인정한도를 3배에서 6배로 다시 늘려준 것이나 공공기관 해외차입을 허용한 것도 9월 위기설을 감안한 것이란 해석이 높다. 외화유동성 숨통을 틔워줌으로써 금융혼란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

◇ 적정 외환보유고 확보·체질개선 시급

당장 9월 위기설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경제 펀더멘털 악화가 지속될 경우 또 다른 위기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에서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가고 경상수지가 나빠지고 있는데 이런 것이 몇년씩 누적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기초 경제여건이 계속 나빠지면서 불안정성이 증대되고 소득 불평등 심화에 따른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분열이 확대될 경우 자칫 IMF 10년째 증후군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역시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단기외채 늘어난 것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해외에 투자해 놓은 자금도 묶일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연구위원은 현재 상황이 위기로 번지기 전에 적정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경상수지 흑자 전환이나 유가 의존도를 낮추는 등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juddie@